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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소설 무소유
▷ 정찬주
▷ 열림원
▷ 2022년 03월 10일
▷ 300쪽 ∥ 488g ∥ 145*210*19mm
▷ 한국 장편 소설
정찬주(무염(無染), 벽록(檗綠), 1953년~) 무염이라는 법명은 통일신라 시대 제29대 태종무열왕의 8대손이며 ‘성주산문 개산조’의 법명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이 무염(세상에 물들지 말라)이라는 법명을 준 사람이 법정이라고 한다. 40년 전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에 들어가 절을 순례하면서 인연이 닿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작가의 대학 시절이란 70년대 중반에서 80년 초반까지 독재와 뒤를 이은 군사독재의 엄청나게 부조리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혼란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운동권의 성정이 맞지 않아 산으로 향해 수도했고, 송광사에서 출가의 권유가 있었지만, 소설가의 삶을 접을 수 없었다고 한다.
무소유(無所有)는 1976년 4월 15일 범우사에 처음 출간된 법정의 수필집이다. 2010년 3월까지 3판 86쇄까지 발간되었으며, 나 또한 제일 처음 접한 것이 국어 교과서에서였다. 법정(속명 박재철, 1932~2010) 1954년 승려 효봉의 제자로 출가하였고, 1970년대 후반에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지냈다. 한국에는 삼보사찰이라 하여 통도사(佛)·해인사(法)·송광사(僧) 세 사찰을 이야기한다. 부처의 사리가 있는 통도사, 부처의 말씀을 봉안한 해인사, 큰 승려가 많이 배출되어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고 한다. 수도와 집필의 생활을 하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던 법정은, 김수환 추기경의 축하에 답례로 명동 성당을 방문하여 강연하며 종교 간의 화합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생전 꾸준히 책을 출간하며 큰 영향과 지혜를 주던 법정은 ‘사후에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다. 2010년 이후 그래서 법정의 모든 책은 절판/품절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사이트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책이 거래되는 일도 일어난다.
책의 판권은 출판사에 있으므로 법정 사후 출간 가능하리라 생각한 사람도 있었으나, 판권을 가진 모든 출판사는 법정의 유언을 존중하여 더는 출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법정의 유언보다 이를 존중하는 출판사들의 행동에 더욱 감동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집에 무소유 수필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더는 책을 만나볼 수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법정이 머물렀던 곳을 방문하고 삶의 행적을 찾으면서 산문으로 완성한 것이 이 책이다.
P.183 “불일암에는 보살이 내려가고 또 다른 손님이 와 있었다. 손님은 아래채 툇마루에 앉아 있다가 법정을 보고는 달려와 합장했다. 그래도 책을 보고 왔다는 사람에게는 대접을 박하게 하지 못했다. 정진하는 시간이 아니라면 대부분 차를 한 잔 주고 내려보냈다. 젊은 손님도 다실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젊은 손님이 방에 앉자마자 『서 있는 사람들』 책을 꺼내면서 떼를 썼다. ‘큰스님, 책장에 글씨를 받고 싶습니다.’ ‘글씨는 무슨 글씨, 나는 큰스님이 아니라네.’ ‘큰스님, 한 말씀 받으려고 서울에서 왔습니다. 한 말씀만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젊은 손님이 낙심한 얼굴로 재차 사정했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법정은 마음이 약해졌다. 호주머니에서 붓 펜을 꺼내더니 책장을 폈다. 법정은 젊은 손님이 부탁한 그대로 썼다. 그리고 아래 날짜와 법명을 적었다. ‘한 말씀.’ 시자가 웃었다. 그러나 젊은 손님은 ‘한 말씀’에 황공하여 어쩔 줄 몰랐다.”
저자의 법정에 대한 오마주의 소설이기에 읽을 기회가 된다면 수필집 『무소유』를 먼저 읽고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법정은 왜 ‘한 말씀’을 썼을까? 그리고 젊은 손님은 왜 그것으로 만족해했을까? 오늘도 느끼는 것이지만 책을 재미있게 읽는다는 것은 역시 궁금하고 질문이 가득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소설과 에세이를 함께 출간했는데, 다음 에세이에서 법정의 가르침대로 ‘세상에 물들지 말라’를 행하고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다. 한국에서 법정 모르는 사람 있을까? 종교와 정파를 떠나서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약이 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