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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
▷ 성안당
▷ 2022년 03월 18일
▷ 208쪽 ∥ 364g ∥ 136*197*17mm
▷ 명사 에세이
P.018 이어령은 “고정관념은 상상력의 적”이라고 경고한다. 우리가 가진 색과 관련된 가장 큰 고정관념은 바로 일곱 색깔 무지개다. “학교에서는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라고 하잖아? 어느 날 무지개가 떠서 세봤지. 그런데 내 눈에는 일곱 가지로 보이지 않아. 색과 색 사이의 어렴풋한 곳에 수천수만 개의 색들이 보였지. 무지개색은 셀 수 없는 불가산 명사야”
P.019 학교. 학교는 배움을 주는 기본 공간이지만 학교의 가르침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어령은 이에 대해 “학교는 생사람 잡는 곳”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사람은 원래 백지상태의 ‘생것’인데 학교가 이 순연한 존재를 틀에 가두고 상상력의 날개를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중략》 “나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고정관념이나 틀이 생기지 않았어요”라며 “어떻게 보면 너무 고맙지”라고 말했다. 《중략》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어려울 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결이 뭘까. 그는 간단히 한마디 했다.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거든. 그러니 전문가들이 못 하는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지.” 외국 이론을 배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발상이라는 거다.
올해는 박완서 작가 10주년으로 많은 책이 나온다. 이어령 교수는 오랜 투병 끝에 올해 2월에 죽음을 맞이했다. 생전의 책들이 재조명되고, 병상에서 많은 인터뷰가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심지어 생전의 각종 메모나 노트들이 스무 권이 시리즈로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마구잡이식 출판일까? 또는 인기에 편승하는 출판일까? 작년부터 3권의 책을 읽은 본인은, 마구잡이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메멘토 모리』는 특히나 좋았던 책이다.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 지금까지 쌓아온 가면을 벗어던지고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노교수의 말들에 많은 부분 동감하고 공감했다. 물론 그의 말이 100% 나에게 옳은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다른 석학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생각이 우선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서문을 여는 위 두 문장으로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지 유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외우기 공부만 하고, 질문하는 법을 모르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라면 읽기를 추천한다.
“사고가 틀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달으려면 남이 도와줘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목적으로 쓰인 글이다. 벽을 넘는 방법, 360도 열린 초원에서 자유롭게 달릴 가능성. 그리고 어두운 지하 갱으로 들어가 남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빛의 원석을 캐내는 연장. 그런 일을 돕기 위해서 이 작은 책을 엮게 된 것이다. 그래서 책 이름도 원래는 그냥 ‘생각’이라고 달았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생각이라는 단어의 앞과 뒤에 여러 가지 말들을 붙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고의 자유’가 아니겠는가. “ 「본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