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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1~2 세트 - 전2권 - 박해영 대본집 ㅣ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2022년 3월
평점 :

◆ 소개
▷ 나의 아저씨 세트 (초판 에디션)
▷ 박해영 대본집
▷ 세계사
▷ 2022년 03월 15일
▷ 808쪽 ∥ 1,500g ∥ 167*236
▷ 시나리오 / 대본집
이지안(21세) “내가 어떤 앤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졌다. 꿈, 계획, 희망 같은 단어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 버는 족족 사채를 갚고 있다. 그래서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산다. 일생에 지안을 도와줬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딱 네 번까지. 그 뒤로 다들 도망갔다. ‘선량해 보이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의 불행함을 이용하려는 인간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이 남은 차가운 아이.
「밥 좀 사주죠?」 거의 매회 등장하는 지안의 대사이다. 지안은 아직 동훈의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지안의 밥이란 그동안 거쳐 갔던 네 번의 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안과 할머니를 방문하여 생필품을 건네고 사진을 찍고 갔다. 그리고 네 번 이후로 그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21살의 지안은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로부터 진심이든 가식이든 네 번 이상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밥 좀 사주죠?”라는 말은 어떤 희로애락의 감정도 들어가지 않은 세상에 내뱉는 지안의 말이다.
Episode 8 S#73 준영은 동훈을 도청하고 있는 지안을 바에서 따로 만나, 빨리 동훈을 내쫓아낼 기회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준영: 저번에 그거 왜 안 썼어? 둘이 뽀뽀하는 사진. 스캔들. ○지안: 어느 눈치 빠른 년이 알아채서요. 내가 들이댄 거라는 거. ○준영: 어떻게? ○지안: 내가 까치발 들고, 입술을 갖다 댔으니까. 다음 날 박동훈은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나보고 그만두라고 호통까지 쳤고. ○준영: 근데 왜 안 잘렸어? ○지안: 모르죠 ○준영: 박동훈 괜찮지 않나? ○지안: ! ○준영: 많이들 좋아했는데. 희한해. 그런 인간을 왜 좋아하나 몰라……. 진짜로 사귀어볼 마음 없어? ○지안: 어떤 남자가 미쳤다고 나 같은 여잘 좋아할까. ○준영: 그냥…….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그것만 해……. ○지안: 밥 먹고 술 먹고……. 그러면 좋아하는 건가? ○준영: 좋아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밥 먹고 술 먹고 그래. ○지안: 많이들 그러지 않나? 뭐 바라는 거 있을 때. ○준영: (이런씨) 박동훈은 안 그래. 밥 먹고 술 먹으면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로 발뺌 못 해. 동훈에게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자신의 영역에 그 사람을 들이는 것이다. 동훈이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내 식구가 되었다는 것이고, 내 식구는 책임지고 지키겠다는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초반 등장하는 지안은 할머니의 생이 다하면, 같이 생을 마감할 생각을 가지고 사는 아이였다.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준영과 부적절한 거래를 하고, 동훈을 도청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마주하게 된다. 회가 지날수록 점점 동훈이 사는 모습에 스며들게 되고, 같은 동네에서 여러 번 할머니를 도움받게 된다. 지안에게 누군가가 할머니를 돕는다는 것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감사한 일이다. 요양병원비가 없어서 몰래 병원을 도망쳐 나온 지안에게, 손녀는 부양의무자가 아니라서, 할머니는 국가에서 전액 지급한다고 말해준다. 동훈은 어느 사람도 지안에게 말을 해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한다.
「나의 아저씨」에는 동훈이에 외도, 상훈, 기훈, 후계동 아저씨들이 출연한다. 보통 사들인 그들은 지안을 위로하고 작게라도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소설 『위대한 유산』을 보면 유산을 남기는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감상을 많이들 쓴다. 드라마에서 최초로 그리고 꾸준히 지안을 도운 사람은 누구일까? 빚쟁이들 밖에 오지 않는 지안의 졸업식에 유일하게 사진을 찍은 아저씨가 있다. 그 역시 지안의 엄마에게 돈을 뜯긴 춘대였다. 동훈을 만나기 전까지 세상을 버틸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도망간 누나를 대신해 ‘핍’을 보살펴 준 ‘조’처럼 말이다. 나의 아저씨는 한 사람이 아니라, 지안을 위로해준 모든 아저씨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살아가고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