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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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꽃잎 한 장처럼

▷ 이해인 저/오리여인 그림

▷ 샘터

▷ 2022년 02월 28

▷ 368쪽 ∥ 590g ∥ 140*207*25mm

▷ 한국 시한국 에세이

 

 

 

 

 

추억 일기

 

삶이 힘들면

무지개를 생각해요

언젠가 수녀들과 베란다에서

함께 환호하며 올려다본

하늘 위의 무지개

평소에 잘 웃지 않는

무표정한 수녀들도

그날만은 활짝 웃는 게

나는 신기했다

나의 삶이 감탄사를 잃었을 때

무지개 감탄사를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처음 서원을 한 지 54만 77세를 맞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이해인 수녀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시와 편지를 쓴 책이다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출간한 이래 수많은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이번 책은 2019년 1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의 시점부터 지금까지 쓰인 시와 산문을 실었다고 한다수사와 수녀는 두 부류도 보통 나뉜다절의 스님처럼 암자에서 스스로 수도하거나 세상을 위해 기도하듯이수도회 내에서 수도와 기도를 하는 사제가 많다세상에 나와서 성당이나 기관에서 봉사하는 수녀들은 우리가 밖에서 흔히 보는 사제이다이해인 수녀는 54년이라는 기간 동안 자기 수련과 기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추억 일기라는 시에서수도회 수녀들은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다고 표현한다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사제들이 웃음이 적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범인이 보면 그저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해 보여야겠지만 수녀도 사람이다그런 무표정한 수녀들이 자연의 무지개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을 수녀인 시인도 신기해하는 것은 매우 솔직한 표현이다재물명성권력수련 등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매 순간을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한 점의 미련이나 불안 없이 삶을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후회나 불안이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은 왠지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45년간 인도의 콜카타에서 빈민과 병자 고아들을 위해 헌신한 데레사 수녀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그런 그녀도 죽음의 앞에서는 과연 나와 모두를 위해서 잘 살았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꽃잎 한 장처럼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뜻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

 

 

 

 

 

시집의 제목이 되는 며 시인의 세상에 대한(사람들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꽃잎 한 장은 여러 꽃잎에서 흩어진 하나이며 가볍다면 매우 가벼운 존재이다수도와 세상을 동시에 보아온 시인의 눈에는 우리의 삶이 복잡하고 만족스럽게 보이지 않을지라도마지막 천국을 향할 때는 그저 꽃잎 하나로 보이는 듯하다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삶의 가면을 한 겹씩 벗겨내서 드디어 드러나는 민낯은 어쩌면 꽃잎 하나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수녀인 만큼 종교적 색채가 있으며 자연적인 시가 많다자연과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 불안을 어느 정도 들어내기 좋은 시간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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