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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ㅣ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 소개
▷ 메멘토 모리
▷ 이어령 저 / 김태완 편
▷ 열림원
▷ 2022년 01월 24일
▷ 244쪽 ∥ 380g ∥ 135*210*20mm
▷ 인문 에세이
이어령(1933년 ~ 90세)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정치가로서, 대한민국 제29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경기고 교사와 단국대 강사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55년 서울대 재학시절, 당시 문단의 거두였던 김동리, 조향, 이무영을 각각 ‘미몽의 우상’, ‘사기사의 우상’, ‘우매의 우상’이라고 비판했고, 22세인 그의 글은 한국일보 논설 전면에 실리며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된다. 정말 날카로운 지성이었고, 그의 주장에는 일관성과 이유가 명확했고, 논란의 중심에도 많이 섰다.
古 이병철 회장(삼성)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신부에게 24가지의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다. 이 24가지의 질문에 이어령 교수는 자신만의 대답을 지금 하고 있다. 24가지의 질문만 적어도 1200자가 넘기에, 가장 인상적인 질문과 답을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 교수는 무신론자였고 기독교와 논쟁도 많이 벌였다. 하지만 2007년 딸인 이민아 목사와 노환의 병, 고독 등의 영향으로 세례를 받고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대답은 영성에 가까운 답을 하게 될 것이다.
P.92 「질문1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신부】 “1+1=2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칸트,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도 자신을 증명하지 못했다. 증명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신이 하는 것이다.” 【이어령】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증명하려고 하지 마라.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중략》 그러니까 종교의 영역은 지성의 영역이 아니라 영성의 영역입니다.” 나는 한때 매우 열심인 개신교 신자였고, 천주교 신자였다. 신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가벼운 잘못도 반성하지 않는 공동체에 회의를 느꼈고, 지금은 불가지론적 유신론자로 살아간다. 신의 영역은 인간이 판단하거나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P.127 「질문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신부】 “성경은 알다시피 아람어를 히브리어, 그리스어로 옮긴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다시 라틴어로 옮기고, 또다시 각 나라말로 옮긴 것이지요. 성서 무오류설이란 그 진리에 오류가 없다는 것이지 번역된 자구 하나하나가 절대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략》 인간의 논리에 앞뒤가 맞게 편찬되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게 돼요.” 【이어령】 “과학자들은 화석이나 유물의 발굴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려고 하죠. 그런데 저와 같이 문학 하는 사람들에겐 ‘말’과 ‘문자’가 바로 그 화석이요. 유물인 게죠. 그리고 또 그들은 있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있는 것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중략》 하나님 말씀이 성경이라면, 인간이 쓴 성경은 달그림자에요. 하늘의 달은 그대로인데, 수백 수천의 강물에 비치는 달그림자는 물결에 따라 서로 달라요. 그런데 달그림자를 두고 자꾸 하나님이라고 하면 되겄어?”
성경의 구약은 유대교의 성경 타나크에서 비롯한다. 유대민족은 오랜 세월 가나안 일대에서 왕국을 구성하여 살아왔다. 분열과 통일을 반복했으며, 주변 강대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 왕국으로 분열하였고, 기원전 5세기경에 각각 멸망하게 된다. 타나크는 바빌로니아 노예가 되었을 때 쓰인 신화와 역사의 기록이다. 우리의 단군 신화처럼 ‘에덴동산’, ‘아담과 이브’는 소설과 같다. 곰이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에는 신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경책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는 거짓 선지자라고 말한다. 성경은 공동체의 역사서이자 참고서이다. 이것을 도구로 삼는 것은 달그림자를 달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메멘토 모리』 진짜 재미있는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개인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 취향인데, 신부도 노교수의 답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는 사유에 참고일 뿐이다. 그래서 질문1의 대답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질문8의 대답에는 수긍하게 된다. 세상에는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믿는다. 한국 최고의 부자였던 古 이병철 회장은 왜 사회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신부에게 질문했을까? 세상의 9,999가지의 고민이 1개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바로 건강이다. 지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