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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ㅣ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평점 :

◆ 소개
▷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파스칼 세이스
▷ 레모출판사
▷ 2021년 12월 27일
▷ 256쪽 ∥ 408g ∥ 140*210*20mm
▷ 인문 에세이
P.25 「‘아니요’라는 말」 “삶에서 최소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이 거실의 커튼 색이 되었든, 소파의 위치가 되었든 간에 기본적으로 마음을 먹어야 하고, 마음을 먹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를 향한 이런 결심이 자유를 위한 근본적 행위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철학자 알랭은 “잠든 자는 ‘네’라고 말하고, 깨어 있는 자는 ‘아니오’라며 고개를 내젓는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말은 사유하는 것은 우리가 믿는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한 박자 쉬어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전진하기 위해서이며, 좋은 결정, 공정한 결정, 유용한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보고,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부인해야 한다.
저자의 논리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우리는 왜 생각을 해야 할까? 삶에서 무언가를 바꿀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커튼 색의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네’라고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삶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바꾸고 싶거나, 가능성을 찾고 싶다면 ‘아니오’라는 말이 필요하다. 상대를 부정하는 ‘아니오’가 아닌, 깨어 있는 생각을 하려는 ‘아니오’ 말이다.
P.212 「전염볌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웠듯, 흑사병은 1347년부터 1351년까지 단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1천 3백만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시기에 단테는 피렌체를 떠나 도망쳤고,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집필했다. 《중략》 100편의 단편을 담은 이 책에서, 무시무시한 흑사병은 그 누구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잔인한 전염병이었다. “신사 숙녀들로 가득했던 웅장한 성과 아름다운 저택에서 이제는 가장 천한 하인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네!”라고 썼다. 젊건, 돈이 많건, 아름답건, 건강하건 흑사병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의 소설에서 어느 중세 건물의 ‘CLT’의 의미를 파헤쳤는데, Cito(빨리), Longe(멀리), Tarde(늦게)를 의미한다고 한다. 흑사병에서 무사하려면 “빨리 떠나거나, 멀리 가서, 늦게 돌아오라”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왕은 이러한 이유로 수도를 떠났고, 보로도의 시장은 권력을 이양하고 떠났다.
저자는 전염병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어’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왕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가장 먼 곳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가 그들을 구한 것은 아닐까? 코로나 19는 현재 세계에서 570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중세시대의 인구와 비교되지 않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흡사 흑사병의 치사율만큼이나 많은 숫자이다. 팬데믹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는 무엇일까? ‘마스크, 백신, 제한’과 ‘노 마스크, 음모, 자유’ 우리는 어떠한 단어를 써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팬데믹 상황에서 자율적 행위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사회적 감염의 책임을 모두 질 수 있을까? 나는 지하철 입구나, 버스정류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매우 혐오한다. 자신의 자유라고 말하지만,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질서를 위해 흡연자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일까? 질서를 위해서 자유를 외치고 질서에 반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일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고, 또 독자는 그걸 받아서 사유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이처럼 완전한 답이 없는 질문들이 더욱 재미있다. 정답이 없으므로 개개인 독자의 생각이 정답이다. 정답의 우열을 가리려면 만나서 대화로 가리면 된다. 몰입도가 좋고, 저자가 질문하는 방식에도 격이 느껴져 유쾌하게 답할 수 있어 좋았다. 이런 사유의 책이라면 2~3번은 반복적으로 더 읽어도 좋다는 것이 나의 소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