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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평점 :

◆ 소개
▷ 우리의 질량
▷ 설재인
▷ 시공사
▷ 2022년 01월 25일
▷ 356쪽 ∥ 442g ∥ 128*188*22mm
▷ 한국 장편 소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모인 사후세계에서 시작되는 애틋하고 뭉클한 이해, 용서, 화해, 그리고 사랑!”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2004년 영화 『21그램』이였다. 킹콩의 ‘앤 대로우’역으로 유명한 ‘나오미 왓츠’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다. “우리는 몇 번의 삶을 사는가?, 우리는 몇 번이나 죽는가? 사람이 죽는 순간에 21g이 줄어든다고 한다. 21g은 얼마만큼 일까?”라는 질문들로 시작하는 영화다. 3가족의 삶이 서서히 얽히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기구한 운명을 묻는 영화다. 삶이라는 것도 찰나의 순간이고, 죽음 또한 한순간이라고 한다. 사랑, 복수, 죄의 퍼즐 드라마. 내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이 가는 사후세계. 이곳에 떨어진 모두에겐 의무가 있다. 자기 목 뒤에 엉킨 실타래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 매듭을 전부 풀어야만 안식을 취할 수 있고, 매듭은 타인과 스킨십을 해야만 풀린다. 남편 장준성의 폭력에 시달리다 한강에 몸을 던져 이 세계로 떨어진 서진. 《중략》 서진은 자신과 건웅, 선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준성과의 악연을 맺음하려 하는데…….” 우리는 평생 타인이 살아야 했던 그 삶의 질량을 모른다는 질문을 소설은 던져온다.
안정적인 수학교사로 일하다 돌연 퇴직하고 복싱 선수가 되더니, 지금은 소설을 쓰는 여성이 있다? 1989년생 올해 34살의 젊은 작가 설재인이다. 임용고시가 얼마나 경쟁률이 높고 어려운지 주변을 통해서 잘 안다. 연예인 이시영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복싱 선수를 하기 위해 얼마나 꾸준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소설 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글쓰기는 아이들 소꿉놀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설명하면 이렇다. 인형 두 개 세워놓고 대화를 시작하면, 갈등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시도를 해보지 않고는 두려움도 느껴볼 수 없으니 말이다. 불도저 스타일의 작가다.
P.350 “한 번이라도 매듭을 풀어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이 있었어?” 건웅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중략》 “男근데 난 그렇게 생각했어. 女뭐가? 男우린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주먹을 휘둘러 본 거잖아. 女응 男가끔은 그래도 된다는 걸, 이제 우리가 배운 거야.” 아직도 내 삶에서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다. 미드 『로스트』 결말 해석이다. 처음 본방송 사수하고, 다시 한번 정주행했지만, 여전히 물음표로만 남는 드라마이다. 드라마 결말을 해석한 것을 해석하는 블로그를 본 적이 있는가? 섬이 현재인지, 사후인지, 중간계인지, 평행세계인지 당최 알 수 없다. 제대로 결말 해석이 가능한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해주면 감사하겠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상상하기가 매우 쉬웠다. 『로스트』를 통해서 이미 가톨릭에서 말하는 연옥 같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을 때 언어가 회화적으로 진행되면 마치 영화를 보듯이 읽혀나간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우리에겐 삶과 죽음이라는 영화로 『신과 함께-인과 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세계관과 세계의 형상을 상상하며 읽으면 몰입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사람의 삶과 죽음 매듭은 정도로 풀어야 하는 걸까? 삶과 죽음은 선과 악의 구도일까? 악연을 맺음하는 것은 복수일까? 용서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