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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평점 :

◆ 소개
▷ 김형석의 인생문답
▷ 김형석
▷ 미류책방
▷ 2022년 02월 03일
▷ 220쪽 ∥ 386g ∥ 148*210*20mm
▷ 인문 에세이
?? 오랜 세월이 지혜가 되는 기준이라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물에게서 배워야 한다. 200년을 사는 북극고래, 4000년을 넘게 산 해송, 만년을 산 가문비나무, 불로불사의 히드라에게 말이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생으로 올해 103세가 되는 철학자이다. 1985년 퇴직한 뒤 지금까지도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에겐 100년의 세월이란 꿈의 숫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100명의 질문을 31가지로 추려서 노교수가 대답한다. 과연 100년의 사유는 어떠한 대답을 할까?
P.39 Q5. 돈은 얼마나 가져야 행복할까요? “내가 항상 가족들이나 제자들에게 권하는 교훈이 있어요.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충고예요. 《중략》 스님과 신부님 중에서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인생의 먼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비유할 수 있어요. 먼 길을 가는 사람은 많은 것을 갖고 떠날 수가 없거든요. 부담스러운 짐이 되기 때문이죠. 짐이 없을수록 편해요.”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3,762만 원이라고 한다. 소득 기준 50% 미만은 빈곤층이므로 月 156만 원이 해당한다. 중산층은 50~150% 미만이므로 月 157만~470만 원이 해당한다. 즉, 月 300만 원 소득일 때 중산층이 될 수 있다. 실지 재산으로 보자면, 2~3억 대의 아파트 소유, 중형차와 통장 잔액이 5,000만 원은 되어야 한다. 노교수는 ‘무소유’와 ‘베풂’을 강조하는데, 월 소득 156만 원도 되지 않는 MZ세대의 청년들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싶다. 한국에서 빈곤층은 상대적인 생존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P.69 Q9.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사람은 공동체에 사는 거지, 나 개인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없어요.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가정과 더불어 살고, 친구를 만나면서 관계를 이루게 돼요. 《중략》 사랑은 이기심을 버리고, 나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누를 수 있도록 돕고 위해주는 거예요. 그것이 곧 사랑이 있는 삶과 인간관계예요.” 「트롤리 딜레마」라는 윤리학의 사고 실험이 있다. 선로에는 다섯 사람이 있다. 당신은 선로 밖에 서 있고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로 전환기를 당기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선로에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죽게 된다. 선로 전환기를 당기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가? 다른 선로의 한 명이 내 아이라면?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25장 40절) 세상 가장 낮은 말구유에서 오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지 2천 년이 넘었다. 인간이 신과 같은 사랑의 구현이 가능할까? 나에게 사랑이란 그 사람이 세상의 종말을 원하면 그 말에 따르는 것이다. 내 사랑에게는 한없이 이타적이지만 세상에는 한없이 이기적이다. 다만, 종말을 원하는 사람을 쉽게 사랑할 순 없을 것이다.
P.190 Q28. 종교는 왜 필요한가요? “철학은 인간에 대해 알려주지만, 인간이 처한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해요. 그러면 종교가 해결을 해줄까요? 성실한 사람은 악마도 건드리지 못해요. 유혹을 받는 것은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성실하게 살면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 공자입니다. 공자는 성실한 윤리학자였어요. 《중략》 내 친구 김태길 선생은 말년에 딸을 슬프게 잃었어요. 그런데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그분의 슬픔을 철학과 윤리가 해결해 줄 수 없거든요. 그분도 결국 신앙으로 돌아왔어요.”
개신교의 군종병 가톨릭도 접해봤지만, 종교의 가장 근본이 되는 공동체에서 고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불가지론적 유신론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책은 100년의 지혜가 아니라 교회 목사의 설교를 요약한 느낌이다. ‘좋은 것이 좋은 거다’ 맞는 말이지만 많이 심심한 말이기도 하다. 날카로웠던 지성도 죽음에 가까워지면 영성에 가까워진다. 아직 현실을 사는 청년들에게는 설득력이 약해 아쉬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