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 소개
▷ 굿나잇
▷ 박근호
▷ 히읏
▷ 2022년 01월 13일
▷ 240쪽 ∥ 348g ∥ 131*196*14mm
▷ 에세이
P.235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도대체 열심히 한다는 말에서 열심히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열심히 한다고 표현하고 어떤 일을 해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어서 하루를 꽉 채우는 것이 열심히 사는 거로 생각했었습니다. 《중략》 내가 지금 어떤 걸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 생각들을 떨어트려 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무언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 떠오르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게 열심히 산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의 마무리 글에서 가장 나랑 맞지 않는 생각이었다. 열심이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무엇을’, ‘왜’라는 것이 빠져있고, 저자는 모든 것으로 갈음한다. 욕망과 경쟁의 보상이 없는 열심에는 상처가 거의 없다. 42.195km를 9시간 만에 완주해도 감사함이 생긴다.
P.6 “사실, 저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면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을 때가 많았습니다. 《중략》 병원의 도움, 특히 약이나 술을 먹는 건 최대한 안 하고 싶었습니다. 《중략》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고 조금 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던 게 이유였습니다. 불면증을 십 년 넘게 앓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건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마음(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우울증, 불면증을 이야기할 때 저자들이 사용하는 마음이 무엇인가 반문한다. 저자가 말하는 마음은 무엇이고 어디에 존재하는가? 뇌, 심장, 영혼, 아니면 더욱 추상적인 것인가? 마음은 그냥 뇌다. 뇌에서 조절하는 호르몬과 신경 물질이 우리는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한다.
‘마음이 아픈 거다.’, ‘마음이 행복하다.’ 이러한 표현은 문학이나 시적 표현이지 정신질환에 쓰이면 결코 안 되는 말이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이다. 이 현상이 십 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다면, 이것은 만성질환이다. 10년 전 가벼운 처방과 걷기만으로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것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로 신경정신과는 정신병자가 가는 병원이라는 우리의 왜곡된 인식과 이러한 ‘마음’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내과에 가서 감기약 처방을 받으면 이러한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약을 먹으면 졸릴 수 있으니 운전 등을 삼가라. 왜냐하면,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는 치료 약이 없다. 그래서 감기약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와 신경안정제가 들어간다. 감기 치료는 휴식으로 면역력을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210 “나도 아직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게 잘은 안되지만 듣기 위한 기본거인 행동들을 한 후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면 조금 더 경청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한 가지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때 어땠어? 그 뒤에는 어땠어?” 영화 자산어보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질문하는 것도 공부다. 외우기 공부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망쳤다.’ 경청과 질문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부다. 경청만큼 상대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행위도 없을 것이다. 저자의 적절한 질문은 대화에 써먹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시적인 표현과 감성적인 표현이 많은 책이다.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은 위로와 공감의 책이다. 그래서 신체가 건강하고 밝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해가 지면 잠이 들고 신체의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인류의 수백만 년 유전적 특성이다. 이 휴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호르몬과 신경 물질의 불균형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제때 잠을 자지 못하면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의 시작이 된다. 파상풍은 아주 가볍게 치료가 되는 것인데, 내버려 두면 신체의 절단까지 가는 무서운 병이다. 불면증도 이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