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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음악 수업 - 미래 교육을 위한 음악과 과학의 인문학적 융합
스가노 에리코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1월
평점 :

“대장장이가 망치로 쇠막대를 두드리는 소리에서 음계를 발견한 피타고라스.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며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영감을 얻은 아인슈타인. 작곡을 즐기며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막스플랑크.” 노벨상 역사에서 90명 이상의 수상자를 배출한 MIT만의 독창적인 음악x과학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붕이 하늘의 연못으로 이동하기 위해 날아오르니 물보라가 삼천리에 달했다. 붕은 6개월 동안 구만리를 날아간 후 비로소 쉬웠다.” 장자는 이 우화를 통해 생명체 종간 경계, 개체 간 경계를 넘어 우주 질서 속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하늘의 연못으로 이동은 공간적 경계를, 6개월간 날아간 것은 시간적 경계마저도 초월했다 볼 수 있습니다. 2500년 전에 이미 지금의 세상을 마치 예언이라도 한 것 같다. 21세기 우리가 가장 많이 소통하고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5인치밖에 안 되는 스마트폰으로 네트워크라는 시공간이 모호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장 최근 대화를 누구와 어디에서 제일 많이 나눴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에드워드 윌슨(1929년~2021년) 미국 출신의 개민 전공의 생물학자로, 사회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위대한 지성이다. 나는 교수의 두 저서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인간 본성에 관하여』와 『통섭』이다. 1998년 출간된 교수의 책에서, 당시 전문화되고 세분된 지식은 하나의 지식으로 통합될 것이라 말하였다. 실제 21세기 뇌과학, 인공지능 등은 자연과학에 인문학에 예술까지 모든 인류의 지성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화된다는 것은 생산의 이점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것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MIT 음악 수업』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는 하버드대학교 같은 종합대학을 제외하고, 공과대학교에서는 세계 최고의 대학교이다. 20세기 자연과학 연구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이곳 MIT에는 수학과 과학이 아닌 음악을 가르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페라를 들으면서 ‘사랑, 죽음, 소망’과 같은 감정을 접하며 인간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음악을 분석하고 접하면서 내면의 창조성을 자극하며, 음악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융합’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컴퓨터공학과라는 곳이 존재했었다. 요즘은 학부로 많이 통합되어 단일 과로는 잘 존재하지 않는데, 컴공을 전공하는 학생 대다수는 프로그래머를 꿈꾼다. 하지만, 정작 졸업생의 10% 미만이 프로그래머의 직업을 가지고, 90%는 IT 관련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된다. 90% 학생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지 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레고 블록을 쌓거나, 간단한 조형을 만들거나, 비슷한 사물을 모방하는 것은 대부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블록을 가지고 매우 놀랍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창조력이다. 그렇다. 10명의 학생 중 9명은 이 창조력의 한계를 느끼고 프로그래머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랑: 창조의 근원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은 어떤 것을 창조할 때 방대한 에너지와 정열을 불태워 대상을 연구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는다. 창조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패나 어려움도 목표를 향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한다. (중략) 이러한 창조를 향한 열정을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이러한 생각의 원천 1%의 영감의 힘으로, 완성되기까지 99%의 노력이 가능하게 지탱하게 한다.”「p.316] MIT 공대에서 음악 수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창조력을 가능하게 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소멸하게 되고, 이타적인 유전자는 살아남도록 우리 인류는 진화됐다. 지능과 기술의 연마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지만, 창조의 힘은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21세기의 학문이 왜 관련 없는 분야들이 계속해서 융합되고 있는가에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