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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21세기북스의 「서가명강」은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하여 출판하는 시리즈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보다, 독자에게 지식의 확장과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을 우선하여 고맙게 생각하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번 스물한 번째 강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과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권준수 교수의 35년간 뇌와 마음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조현병과 강박증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며, 세계적인 뇌 영상학 전문가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소개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몸의 아픔보다 사람들이 시선이니 말이다.
정신병(精神病, psychosis) 정신기능에 이상을 나타내어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하는 욕설 중에 ‘미친놈’, ‘정신병자’ 같은 말은 인간성을 없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러한 정신병은 ‘조현병’이라 불리며, 전체 정신질환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정신병은 감기보다 약한 증상임에도, 모든 정신병은 ‘조현병’이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뿌리박혀있다. 주변에 우울증이나, 불면증으로 신경정신과에 진료받고 약을 먹는다고 하면 마치 대단하게 위험한 사람으로 비친다. 그래서, 신경정신과에 다니는 일들은 대부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고래잡이’라는 남성의 수술이나, ‘유방확대’ 같은 여성의 성형수술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말이다.
이성과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작은 우울증 하나 없다는 것은 오히려 비정상을 의미한다. 이런 정서적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즉,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은 정신질환 한두 가지는 누구나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란 말이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피곤이 누적되면 아무런 물리적 충격이 없어도 입안이 헐 듯이, 우리의 정신도 피곤하면 자연스럽게 병이 든다. 병이 든다는 것은 기능의 휴식을 의미하고, 이는 곧 치유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을 미친 사람처럼 표현하거나 취급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할 행동이다.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무의식은 인간의 고차원적 정신기능이 아니라 뇌피질의 한계 때문에 생긴 현상일 뿐이다. 이러한 과학적 의심은 우리를 우리 뇌의 존재 의미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이끈다.” 「들어가는 글」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중에,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에 마음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심장인가? 뇌인가? 아니면 영혼인가? 우리는 실체를 알지도 못하는 곳에 우리의 문제를 떠넘겨버리기에 정확한 치료를 하지 못한다. 실제로 우울증은 스트레스나 피로나 기타의 이유로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신경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발생하는 신체의 질환이다. 우리가 코피가 터지면 휴지로 해당 부위를 압박해서 막고,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연고를 바르고, 감기에 걸리면 외부 세균으로부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당연히 감기약보다 약한 신경 물질을 제대로 분비하게 도움 주는 약을 처방받으면 쉽게 낫는다. 그런데, 잘못된 사회의 인식으로 인해, 쉽게 나을 병을 몇 년, 몇십 년을 곪아 결국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은 이러한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마음이 아닌 머릿속에 있다.」 “스트레스로 점철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욱 불행해지는 마음과 마주한다. 사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마음을 주관하는 곳, 바로 뇌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p.124」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말이다. 나는 평소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만, 여전히 ‘영혼’이나 추상적인 마음의 존재에만 집착해서 안타까웠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정말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내용이라 마음에 든다. 자신이 정신질환이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