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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근대적 건강을 상상하다 - 근대적 과학지식과 해피 드러그 ㅣ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동아시아 모더니티 7
김경리 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해피 드러그는 개인적인 우등과 우성의 ‘은유’로서의 건강의 가치가 확고해진 근대의 산물이다. 즉 질병의 적극적 치료가 아닌 삶의 질과 관련된 신체의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일반의약품으로 제국 일본의 영토에서 발매된 제품은 가족용 종합영양제로서 ‘폴리타민(ポリタミン)’, ‘와카모토(若本)’, ‘인삼(人蔘)’, 그리고 여성용 자양강장제 ‘주조토(中將湯)’, 남녀의 모발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발모제 ‘요모토닛쿠(ヨゥモトニック)’와 ‘후미나인(フミナイン)’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해피 드러그’를 검색하면 ‘마약’ 검색된다. 마약(痲藥, drug) 사전적으로 신경계에 작용하여 진통, 마취, 각성 효과를 내며, 습관성이 있으며 장기복용 시 의존 증상이 발생하는 물질을 총칭한다. 의존 증상으로만 보자면 술과 담배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법률로 정한 몇 종류에 한해서 마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마약 자체가 불법물질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약은 오랜 역사 속에서 진통제로 사용됐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아편’ 역시 오피오이드 계열의 진통제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민간인이 사용하는 것에는 법률적 제약을 가하나, 의료용으로는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마약이다.
“전통적으로 의료의 목적은 고통을 완화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의료행위는 병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생애주기 전번에 걸쳐 일상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태어남, 늙음과 죽음은 의학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적 문화, 혹은 종교가 관할하는 영역이었지만, 오늘날은 출산, 노년의 삶과 장례절차까지 병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태어나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적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근대적 의료시스템이 이렇게 급속도로 발달한 것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했다. 20세기 이전의 서양의 의료시스템은 한의약보다 훨씬 떨어진 수준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의사와 자본이 만나 거대 병원을 만들기 시작한 후, 급속도로 체계화되었고 전문화된 집단이 되었다. 정치집단, 교육집단, 의료집단, 금융집단처럼 현재의 의료계는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집단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에서 집단의 최종적인 목적은 이익의 창출이다. 책에서는 이를 의료화된 사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의료화된 사회에서는 질병이 아닌 것을 질병으로 만들고 결국 사람을 잠재적 환자로 만든다. 이는 개인이 겪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의료적 개입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가속화 시킨다.” 무척이나 직접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종합비타민’, ‘유산균’, 기타 자양식품 한 가지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근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료화된 사회가 진행되어 온 가운데 최근 들어서 제약업계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개념이 ‘해피 드러그’이다. 해피 드러그는 스트레스처럼 질병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을 불편하거나 불행하게 하는 원인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게 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을 의미한다.” 책은 근대의 해피 드러그 제품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어떤 ‘욕망’을 구체적으로 심었는지 잘 분석하고 있다.
「진시황과 불로초」 불로불사, 불로장생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꿈꾸는 욕망의 가장 최고의 단계일 것이다. 불로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중국의 최초 통일 제국을 형성한 진시황일 것이다. 세계가 하나가 아닐 때, 중국이라는 거대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은 세상의 모든 권력과 부를 다 가졌을 것이다. 그런 모든 욕망을 이루고, 신하들을 세계 곳곳으로 보내어 불사의 영약을 구해오게 지시했다. 하지만,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가 이룬 모든 것도 거대한 무덤의 점토가 되었을 뿐이다.
『한국인, 근대적 건강을 상상하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어딜 가나 나오는 건강 식품광고와 하루에도 수십 편에 이르는 의사들이 나오는 건강정보 프로그램. 장이 좋아지려면 이것을, 눈이 좋아지려면 이것을, 만성 염증을 잡아야 산다. 100세 시대 삶의 질을 높이려면, 이것을 먹어야 한다. 그야말로 ‘해피 드러그’ 전성이 아닌 남용의 시대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근대의 의료집단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우리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는가를 책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