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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평점 :

“호메로스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인색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우정을 읽으면서도 그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그들의 사랑을 세간에 공개했다. 멋진 작품이다.” 「재커리 메이슨(작가)」 2021년 올해 최대의 수확 중 하나가 「매들린 밀러」를 알게 되고 그녀의 역사소설을 읽게 된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3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두꺼울 것’, ‘흥미로울 것’, ‘편견과 차별이 없을 것’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녀의 책엔 내가 원하는 것이 다 들어가 있었다.
「이봄출판사」에서는 벽돌책 깨기 북클럽을 통해 독자와 함께 독서를 돕고 있다. 아래의 질문을 통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Q.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당신은 누구와 더 닮았나요?
A. 아킬레우스는 여신과 인간의 아들로서, 티탄 족의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어머니이다.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는 원수에 가까울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어머니는 그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어머니의 마음이야 자식이 죽는 전쟁에 나가기를 원하지 않지만, 아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황산벌」 2003년 이준익 감독의 한국영화이다. 신라의 김유신과 백제의 계백이 황산벌을 마지막으로 전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중 역사적으로 미화된 사건이 있는데, 계백이 출전에 앞서 일가족을 칼로 베어버린 사건이다. 감독은 계백 처(김선아)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아! 호랭이는 거죽 땜시 디지는 것이고, 인간은 이름 땜시 디지는 것이여!” 아킬레우스는 이름을 남기기 위해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서도 트로이로 향한다.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부관이자 사촌이고 친구와 애인 하여튼 엄청나게 아끼고 가까운 사이이다. 지금이야 동성애가 부정적이었지만, 로마 시대까지 동성애는 매우 흔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도 동성애였으니 말이다. 나는 이 질문에 질문 외의 답을 하였다. 《내가 닮은 사람은 파리스입니다.》 여신 아프로디테의 총애와 사랑을 받았고, 헬레나를 폭군으로부터 구한 사랑이 전부인 남자. 트로이에 그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었겠지만, 헬레나 그의 사랑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이타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의 종말을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칼이 되겠다. 세상에 그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겠지만, 내 사랑에게는 그 누구보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Q. 당신에게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어떤 책이었나요?
A. “우리는 신과 동물의 중간에 있는 존재로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 중 유일하게 신에게 선택받은 고귀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진정 우리 자신을 고귀한 존재라고 정의한 만큼 이 지구에서 고귀한 행동을 하며 살아왔을까? 고전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매들린 밀러의 10년간의 연구와 집필의 결과로 나온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왼손잡이와 같은 소설이다.
왼손잡이는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 전 세계적으로 성인 전체의 약 10% 정도가 왼손잡이이며, 한국의 왼손잡이 비율은 5% 정도라고 한다. 비슷한 것으로 왼발을 주로 쓰는 왼발잡이가 있다. 축구 선수들을 보면 주로 왼발이 더 강하거나, 더 정확한 슛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환경설, 기능설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유전적인 영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가장 크다 하겠다. 고서 《예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식이 밥을 혼자서 먹을 수 있게 되면, 오른손을 쓰도록 가르친다. 서양도 예외는 아니다. 유전학적 확률상 10%에 해당하는 왼손잡이를 중세 기독교 주류들은 악마로 취급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현대에 들어서 완벽하게 틀린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퀴어라고 한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모든 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로마가 제국이던 시절 동성애는 흔했고, 지배층에는 당연한 것쯤으로 여겨졌다. 트로이의 영웅 아킬레우스 또한 정상적인 결혼을 했지만, 파트로클로스를 사랑한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상에서 왼손잡이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가? 타인이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비판하거나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내가 채식주의 생활을 한다고 하면 늘 듣는 말이 ‘힘은 쓰나?’이다. 턱걸이 하나도 못하는 사람이 15개를 하는 사람을 상대로 말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대사가 생각난다. ‘너 나 잘하세요’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과 행동을 바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남을 험난하기 전에 말이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신화를 매우 인간적으로 그려냈고, 편견과 차별과 ‘1등만 기록되는 나쁜 역사’를 올바르게 잡아준 인상 깊은 소설이다. 최고의 인물들에게는 항상 그를 대신하여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며, 밀러의 다음 책들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