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해 1927
송해.이기남 지음 / 사람의집 / 2021년 11월
평점 :

“1백 년을 살아 낸다는 건 어떤 걸까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에요. 송해 선생님은 그야말로 1백 년의 시간을 살아 내고 있는 분입니다. 버텨 내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몸소 보여 주는 분. 그러기에 우리는 송해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겠지요.” 「KBS 아침마당 작가 남희령」 최고령 현역 연예인이자 국민 MC 송해의 인생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대기업 총수가 아닌 95세의 나이에 1회당 300만 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국노래자랑’이 한 달에 4회 정도 방송되기에 월 1,200만 원을 1년 연봉으로 계산하면 1억4,400만 원이다. 2시간 정도의 행사 진행비는 700~800만 원 수준이라 전해진다. 국민은행이 김연아 선수에게 지급한 연간 모델료는 10억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은행 이미지에 가장 큰 도움을 준 모델은 기업은행에서 연간 3억 원을 받는 송해라고 한다. 은행 광고를 떠올렸을 때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기업은행을 꼽는다고 한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95세의 현역 연예인이 추정 약 10억 가까운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임이 틀림없다.
송해(송복희, 1927년~95세) 1949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 22세의 나이에 데뷔하여, 무려 73년 동안 현역 연예인으로 살아오는 입지적인 할아버지다. 황해도에서 태어났고, 평양 국립음악학교 성악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1950년 23살에 월남하여 국군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한다. 1963년부터는 배우와 가수, 코미디언 활동을 병행했으며, 요즘 아이돌이 노래와 연기를 모두 배우듯이 송해는 이미 시대를 앞서간 만능 연예인이었다. 1980년 시작한 KBS의 『전국노래자랑』을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아 34년째 진행하고 있다. 방송횟수가 2000회에 가까운 방송을 입지적인 프로그램이다. 2014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송해입니다. 노래하는 인생은 즐거운 인생이요. 움직이는 인생은 건강한 인생이지요.” 「송해」 정식데뷔하고 66년의 연예계 생활 동안, 1~2건의 논란 말고는 큰 사건이 없는 연예인이며, 1986년 장남을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보낸 것이 유일한 인생의 큰 슬픔이라고 말한다. 아나운서 출신인 조우종이 송해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손자뻘인 조우종이 ‘해형’이라며 같이 다니는데, 특유의 친화력과 예능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어떤 인간적인 관계를 떠나서, 방송에서의 진행 유전자가 완전히 각인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라 하겠다.
BMW 송해가 사랑하는 단어라고 한다. 유명 독일 자동차냐고? B버스 M지하철 W걷기의 세 글자라고 말한다.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아직도 엄청나게 소주를 마시는 주당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매일 걷는 것이 그의 장수비결이라고 하였다. 엄청난 주당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내와 2018년에 지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는데, 발인식에서 “붙잡으면 무슨 소용 있나. 조금 먼저 갈 따름이야. 열심히 애들 보살필 테니까 마음 놓고”라며 죽음에 대하여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필멸의 존재이며, 생이 허락하는 순간 동안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송해1927』 2021년 11월 18일 다큐멘터리 영화로 상영하였고, 책은 감독 윤재호와 작가 이기남이 송해와 그의 가족들과의 대화식 인터뷰를 실은 내용이다. 책은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 같은 거대한 인물의 자서전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몸소 겪은 노인이자, 북에 가족이 있는 실향민이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아버지이다. 연예인을 떠나서 분단 70년의 역사를 한 몸으로 겪고 견뎌내고 이겨낸 사람인 것이다. 책을 통해서 위대한 사상이나, 삶의 철학 같은 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때처럼 즐겁고 기쁜 게 없어요. 저는 지금도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데 이상 무슨 바람이 있겠습니까? 그저 건강해서 끝까지 여러분 앞에 꿋꿋하게 선다면 제가 누를 수 있는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송해 1927은 1백 년을 기쁘게 잘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의 솔직한 인생 여정이다.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