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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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미스터리나 범죄소설이라 불리며의문의 사건이 등장하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의 장르이다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원류로 본다추리 소설을 구성하는 3요소로 ‘W 누가 했는가?’, ‘H 어떻게 했는가?’, ‘W 왜 했는가?’를 핵심으로 본다고 한다추리 소설의 플롯을 구성하는 기본 몸통이라 할 수 있다경찰의 유전자 감식이나수사기법이 CSI처럼 과학적으로 된 것을 얼마 되지 않는다과거의 경찰은 정말 무능했고, 1920~1930년에는 사설탐정들의 수사능력이 더욱 뛰어났고그와 더불어 추리 소설의 인기도 절정에 이른다.

 

 

일본추리작가협회」 마쓰모토 세이초오사와 아리마사히가시노 게이고교고쿠 나츠히고 등 일본의 추리 소설계에는 대가라 불리면서 흥행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작가들이 많다위에 나열된 작가들은 범죄 물의 대가들이고본격파사회파 같은 장르에서의 대가들도 많다. 1963년 에도가와 란포와 103명의 추리작가가 주축이 되어 창설된 협회는 현재까지도 일본의 추리 소설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또한막부정치를 끝내기 위해 시작된 메이지유신은 서양의 사상·문화·정치·기술 등을 필요로 인해 아시아 그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으로 받아들여 오래된 역사가 있다메이지유신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군국주의의 시발점이 되었으나한편으로는 문학에서도 선구적이게 된 것이다.

 

 

미키 아키로(深木 章子, 1947~75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197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한 후 60세를 계기로 은퇴하고 집필을 시작한 여성 작가이다. 2010년 귀축의 집으로 64세의 나이에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새내기 소설가이다. 2011, 2013, 2014년 꾸준히 소설을 출간했고 나선의 밑바닥은 제14회 미스터리 대상 후보작이 되었다늦깎이 작가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0년 기만의 살인이 최신작으로 출간된다현직 변호사의 범죄소설이니 정말 전문성과 디테일에서는 가히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기만의 살의』 이번 작품도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오를 만큼 추리 소설계의 정밀기계라 불린다 한다호화 저택에서 독살 사건이 발생하고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범행을 자백하고 무기형을 살게 된다. 40년의 감옥 생활에서 모범수로 감형되어 드디어 가석방되고사건의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교환하면서 42년 전 독살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남자는 강압에 의한 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는 한 것인가아니면왜 스스로 자백해 40년의 세월을 옥살이했을까피해 여성은 40년이 지난 사건의 범인에 편지에 왜 답장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갈까남자가 진범이 아니라면 피해 여성은 진범을 알고 있을까?

 

 

소설의 추리 방식은 대화보다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마치 바둑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편지가 오고 가는 시간 동안은 서로의 진의를 알 수 없고발신한 편지의 답장이 도착해야 퍼즐의 조각을 맞출 수 있다. “내가 무죄인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인간에게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있을까요그 은박지 조각만 없었다면……아무리 발을 동동 굴리며 날뛰어도 저를 함정에 빠뜨린 인물을 특정하지 못하는 이상 저의 패배인 것입니다.” p.87」 감정의 능력이 발달한 인간은살해당한 자녀의 죽음에도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그에 합당하지 처벌받지 않는 범인에 대한 억울함은 이를 능가하는 고통을 받는다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되어 20년을 옥살이한 윤성여님을 보더라도 말이다.

 

 

모든 것이 제가 맞서야 하는 현실입니다제가 잃어버린 42년이라는 세월은 아무렇지 않게 물에 쓸려 보내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습니다범인을 용서할 수 있을 리 없지요저는 그 기나긴 시간을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사건을 돌아보며 진실을 찾는 데 바쳤습니다그리고 뜻밖에도 제 염원이 이뤄진 지금이제는 뭘 어떡해야 하는가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저를 보며 또다시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p.256] 너무나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표현이다범인을 잡는다 해도 지나간 42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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