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심장도 신장처럼 두 개씩 태어나면 얼마나 좋아. 급하면 하나는 떼어낼 수 있고. 같은 ‘장’자 돌림인데 심장은 왜 하나밖에 없는지.” 어느새 제이를 사랑하게 돼 모든 걸 해주고 싶은 그. 사랑하지만, 곁에 있기 위해서 계약을 깰 수도, 사랑을 드러낼 수도 없는 그와 그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책 소개 中」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의 2015년 데뷔작이자, 일본 청춘 라이트 노벨의 로맨스 소설이다. 2017년 기준 일본에서만 80만 부를 넘게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소설 투고 사이트에 글을 올렸을 무렵에, 유명 작가의 눈에 띄어 출판에 이르렀다고 한다.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라는 걸 오늘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인데, 완전 신인 작가이다 보니 튀는 제목을 붙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소설은 식인이나 고어물이 아닌 청춘 로맨스다. 췌장에 병이 있어 시한부 삶을 사는 여주인공이 ‘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아픈 부위와 똑같은 동물의 부위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이다.’ 같은 부위를 먹으면 나으며,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남자주인공이라는 의미이다. 2017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며 유명세를 치렀다.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이라는 신인 작가가 내놓은 한국의 로맨스 소설이다. 시한부 삶을 사는 여주인공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오징어게임의 기훈 같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남자주인공에게 돈을 주고 ‘남자 친구 계약’을 맺는다. “나야. 입금 확인했지?, 엠파이어 호텔로 와.”, “난 네 고용주라는 사실을 벌써 잊어버렸어? 오늘 해야 할 일 잔뜩이야. 늦장 부릴 시간 없으니 얼른 마저 먹어.” 100일의 삶도 남지 않은 여주인공은 누구에게 따뜻한 말을 할 만큼 여유가 없다. 여주인공의 심장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용주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계약은 종료된다. 사랑하지만 곁에 있기 위해선 계약을 깰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남자.” 그저 그런 삶을 살던 남자주인공에게 왜 세상은 사랑을 허락했을까? 차라리 몰랐다면, 돈이라도 쫓으면서 소소한 즐거움으로 세상을 살아갔을 텐데 말이다. 사랑은 사람에 대한 신의 축복인가? 아니면 사람에 대한 질투의 산물인가?
2009년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권상우 이보영 주연의 영화는 이승철의 OST로도 유명한 영화다. 타고난 유전병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케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한날 동시에 모두 잃은 크림. 두 사람은 서로의 가족이 되어 함께 삶을 살아나간다. 케이는 크림에게 마지막으로 줄 선물을 준비하는데, 유능한 치과의사 주환을 소개해주고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 크림은 주환과의 결혼을 허락하는데….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번 봐보길 추천한다. 너무나 닮아있다. 영화의 여주인공과 소설의 남주인공이.
클로에 윤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소설을 쓰다가, 독자들의 요청과 지지로 출간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미노 요루와 많이 닮아있다. 영미와 일본의 현대소설을 좋아하는 친분 있는 사람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뻔한 스토리이기에 재미가 있다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흔하고 뻔한 스토리를 어떤 문장과 대화로 써내는가? 그것이 현대소설의 맛이라고 말이다. 익숙한 소설과 영화들이 생각나는 소설이지만 어디 그런 것이 한 둘인가? 시한부의 삶을 사는 연인 사랑 이야기는 수백 편은 넘게 생각난다.
“주인공들 말투와 행동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나 웹툰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많은 댓글 중에서 가장 공감 가는 내용이다. 현대소설은 세상에 일어날 법한 또는, 나에게 일어날 법한 가능한 소재들이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한다. “이것만은 알아뒀으면 좋겠어. 내가 앞으로 남은 96일 동안 너와 함께 하는 모든 일은 ‘사랑’일 거야. 네가 느끼기에 노동으로 느끼더라도 내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마.” 이런 톡톡 튀는 매력이 있는 문체의 소설이다. 로맨스 불패라고 했던가, 올겨울 사랑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은 한번 책의 소개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