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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수다 떨고 앉아 있네 - 세 혼남의 끝없는 현실 수다
오성호.홍석천.윤정수 지음, 이우일 그림, 명로진 정리 / 호우야 / 2021년 11월
평점 :

오 “어떤 꿈이 되었든 나는 늘 아름다움과 세련됨을 추구하면서 쉬지 않고 노력할 거다. 어떠한 경험에서도 배울 건 있다.!” 홍 “마음은 언제나 무대에 가 있다. 가게하고 사업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즐겁든 아니든 생존의 문제다. 무대는 내게 영원한 파랑새다. 오늘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윤 “돈을 좀 벌고 싶다. 사업을 하나 해서 성공하고 싶다. 아파트 부동산을 취득해서 불로소득을 취하기보다는 미지의 땅을 개발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싶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 휘파람을 불 수 있는 하루를 살면, 휘파람 불 일이 생기지 않을까?”
『셋이서 수다 떨고 앉아 있네』 오성호·홍석천·윤정수 세 수컷의 문답 에세이이다. 이 세 명 중에 오성호는 생소한데, 오성호 오탑(OHTOP) 대표로 검색하면 인터뷰를 볼 수 있다. 30년 차 파리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바이어와 연결해주는 ‘쇼룸 로메오’를 운영하며,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오탑을 창업했다고 한다. 27살에 처음 파리에 왔다고 하니 대략 50대 중반의 미혼의 남성이다. 홍석천은 대한민국에서 퀴어로서는 가장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윤정수는 잘나가는 개그맨에서 30억의 빚지고 파산하고 재기한 것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72년생 윤정수, 71년생 홍석천 세 명의 공통점은 50대 남성이고 모두 솔로라는 것이다.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이지만 홍석천을 불호로 보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개인파산’을 한 연예인이지만 윤정수를 불호로 보는 사람 또한 드물다. 삶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었지만, 인간다움을 잊은 적은 없었다. 특히, 윤정수는 함께한 ‘최고의 사랑’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재기를 도운 김숙에게 늘 고마움을 표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혼자 살아가는 것 아니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늘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다. ‘결코, 내 잘난 멋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착각으로 살지 않길 바란다.’ 「서평촌」
수다는 사전적으로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을 뜻한다. 수다쟁이는 시끄러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일컬으며, 현실에서 수다는 민폐의 속성을 가진다. 그런데, 이 수다가 사람의 근원적인 욕구의 하나라고 한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신체적·정신적 배출을 하게 되어있는데, 수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정주부들이 수다가 많은 것이, 전통적으로 억압된 잘못된 우리 문화로 인해 소위 ‘화병’이라 불리는 스트레스를 풀려는 방법이었다.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수다가 요즘엔 점점 남성으로 이동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외로움도 한몫하겠지만, 남녀 구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좋은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수많은 커피숍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중세 와인을 마시며 싸움을 벌이던 유럽인들을, 문학과 철학이라는 대화의 장으로 이끈 것이 커피였기 때문이다.
책의 핵심은 서로 다른 세 명의 남자가 자신의 인생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혼자 살지만, ‘책임’, ‘가장’이라는 무게를 느끼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사는 것으로 말이다. ‘혼자’ 이기에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노력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그 일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꿈이 있기에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세 남자의 이야기에 분명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세 남자의 이야기에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기 인생 자기 멋으로 사는 것 아닌가? 세상에 큰 피해 주지 않고, 자기다움으로 살며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오늘 하루만 산다.”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몇 년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일도 알 수 없는데,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하게 사는 게 멋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사춘기적 많은 생각을 가졌는데,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을 낼 수 없는 유희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태생적으로 죽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태어났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식물들도 후손의 번성을 최고 목표로 수억 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커피 한잔하면서 세 남자와 함께 수다를 떨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