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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자들의 브런치
정유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브런치」 Brunch는 서양의 식사 습관을 칭하는 것이다. 'Breakfast'와 'Lunch'의 합성어로서 아침과 점심의 합성어로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도 ‘아점’으로 등록되어 있다. 브런치는 신조어가 아니라, 서양의 가톨릭적 생활에서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주일에 금식하는 문화도 많이 있지만, 미사를 드리는 주일 아침은 금식하고 조금 빠르게 점심을 먹는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이런 종교적인 브런치가, 시대가 흐르면서 종교적 의미는 퇴색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게으른 한 끼 정도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브런치 문화가 본격 시작된 뉴욕에서는 ‘정말 자는 시간 빼고 일을 해야 하는 하드 워커’ 들의 식사문화라고 한다. 빨리 허기를 채우고 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브런치II」 2015년부터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 서비스이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작가 활동을 시작하려면 신청을 한 후 통과되어야 가능하다. 설립 취지가 더 많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작가에게 출판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디엄’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오로지 글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쓰기로 사유와 사색에 집중하고, 그 결과물로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서도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일기의 글쓰기도 성장한다. 내가 처음 서평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칭찬’에 있었다. 주로 논평이나 비평 위주의 글을 썼었는데, 이러한 글들은 글을 쓰는 나에게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 문장이라도 발견하면 책의 감사한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하며 쓰는 서평의 글은 나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한다.
『외로운 자들의 브런치』 에세이와 소설을 결정짓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하였으며, 문체 또한 제삼자적 관찰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저자의 경력 또한 특이한데,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학사와 경기대학교 대학원에서 범죄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짝사랑」 “그가 그렇게 가까이 서서 바라보는 것은 화가 났거나, 그립기 때문이나, 그것도 아니면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눈앞에 있는 부스러기들을 바라보았는데, 그건 꼭 어떤 자만심이나 혐오감으로부터 연유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 주변 공기를 한 아름 붙잡고 늘어지는 저 시선이 너무나 무거워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p.145」 책은 이렇듯 범죄 심리학자를 꿈꾸는 저자의 사유를 적어낸 글들이다. 그래서, 나 또한 주제마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으로 읽어보았다.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나 글을 던지면, 나는 그 글에 대한 반문이나 답글을 달 듯이 말이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나에게 가장 멋진 장면을 꼽으라면 ‘스케치북 고백’이다. 줄리엣과 피터의 결혼식을 신랑의 절친한 친구인 마크가 촬영한다. 마크는 결혼식을 촬영하면서 줄리엣을 짝사랑하게 되고, 마크의 아파트로 찾아와 테이프를 달라며 화를 내는 줄리엣에게 비디오를 보여주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날 스케치북을 들고 와 그녀에게 고백한다. 크리스마스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나는 오늘 당신에게 내 진심을 전합니다. 그렇게 마크는 진심을 전하고 짝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그렇게 돌아가는 마크에게 줄리엣이 달려가 감사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인제 그만’, ‘이걸로 충분해’라며 가게 된다.
저자의 짝사랑에 대한 나의 사유는 사랑에는 특정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줄리엣의 키스를 불륜으로 매도할 수 있을 것이고, 마크의 행동을 부도덕하게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줄리엣의 키스를 귀여운 아가에게 입맞춤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냥 사랑 말이다. 짝사랑이 언제나 외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 새로운 형태의 문체, 저자의 여러 가지 사유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나에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문장은 쉽게 쓰여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미사여구의 말로서 치장한 글보다, 담백한 한마디로 울림을 줄 수 있는 글말이다. 『외로운 자들의 브런치』를 하나하나 뜯어 생각해보았다. 외로운 누군가에게는 브런치 같은 정말 간단한 글, 누가에는 사유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