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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말
강지연.이지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사」 時空社 “시간과 공간을 넘어 미래를 열어가는 복합미디어 기업” 1989년 오디오 전문잡지 『스트레오사운드』로 첫 출판을 시작하였고, 1990년 8월에 『아랍과 이스라엘』이라는 첫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국내 대형출판사 중에서도 SF, 그래픽 노블 분야는 손에 꼽히는 출판사이다. 실제로 국내에 정실 발매하는 마블 코믹스, DC코믹스 전부 시공사가 출판한다. 세계를 양분하는 미국만화와 일본만화 중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만화는 거의 시공사의 손을 거친다고 봐야 한다고 한다.
「에세이」 Essay,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느낌이나 생각을 쓰는 산문 형식의 글이다. 우리에게는 어릴 적 수필이라는 단어가 익숙한데, 문학에서 그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기에 에세이 하나로 통합된다고 보면 된다. 일기, 편지, 감상문, 기행문, 독후감, 논문, 평론 등 모든 산문 양식을 포괄하는데, 산문의 글들은 소설마저도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가가 이것은 ‘소설이다 그럼 소설이고’, ‘에세이라고 그럼 에세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허구적인 창작을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또한 허구적인 상념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꾼의 말』 1985년 동갑내기 두 저자 강지연과 이지현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다 산문집이다. 표지의 핑크 개미가 매우 인상적인데, 두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여자는 핑크라는 공식은 좀 깨졌으면 하지만, 두 저자가 좋아하는 색이라면 어쩔 수 없다. 10년 차 일꾼인 이들은 언론사를 시작으로 IT 기업에서 기자, 콘텐츠 기획자, 사업 개발 매니저 등의 일을 하는 중견 일꾼이다. 보통 기업에서 10년 차면 꽉 찬 대리 정도가 될 것이다. 군대에서도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상병 진급을 앞둔 일병이며, 기업에서도 과장이 되기 전 대리가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을 다니며 공부했는데 왜 우리는 단 한 번도 일꾼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그런 건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석사와 박사까지의 과정을 따지면 근 20년 동안의 교육에서 진정 일꾼에 관한 교육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히 공감 가는 말이다.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 영어이다. 그런데, 행정공무원이나 경찰이나 소방관이던 현업에서 영어를 쓸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분별력이라는 하나로 영어를 시험을 치는 것이다. 국어와 영어 국사를 달달 외우고 공무원에 붙은 수험생은, 동사무소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저 병아리일 뿐이다. 16년간 배워온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모르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암기를 잘하는 사람과 표현을 잘하는 사람과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니 말이다. CEO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일꾼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언제나 책상 안쪽에는 ‘사직서’를 두는 장면들이 많다.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곳이 직장일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은 일꾼이 되어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일을 하다 보면 개구리가 된다. 우물이 아니라 회사 안에 갇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에 매달리다 보면 세상은 점점 좁아져 회사가 된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업무 결과가 잘 안 나온다면’이란 가정이 내 세상을 뒤집어엎을 절체절명의 기준이 된다. 이 일 하나 못해도, 업무 결과가 좀 안 나와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갈 텐데 말이다.” [p.35]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다. 군대에서 최정점을 찍은 퇴역한 장군들이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기를 당한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 안에서 최고였을지 모르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세상을 모르게 된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한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상기해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