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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Edgar Awards」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딴 미국의 문학상으로, 미국에서 출판하거나 방영된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등의 추리 장르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1946년부터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수상자들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흉상 트로피를 수여한다. 단편, 장편, 희곡, 각본 등 다양하게 시상하며, 추리 문학계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상이라 보면 된다. 미국의 세계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추리 소설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2021 Best Novel 상을 받은, 「디파 아나파라」의 장편 소설이며, 『Djinn Patrol on the Purple Line』 원제목으로, 세계적 출판그룹 Penguin Random House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북로드 출판사’가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매년 세계 출판시장의 매출 규모를 보면 대략 2018년 기준 1300억 달러(155조)에 이른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율이 3:1 정도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매년 어마어마한 책들이 출간되는 것이다. 국내만 하더라도 2020년 대략 8만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많은 책 중에서 최고상을 받은 서적은 읽어 볼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복고풍 카페라고 하며, 이제는 유물이 된 카세트테이프, 다이얼 전화기, 비디오 게임기 등 3~40년 이내에 우리 문화에서 사라진 고전 디지털 제품들이 많다. 21세기의 디지털 시장에서 신기술이 아니면 퇴보하거나 사라진다. 이런 디지털 중심의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매년 성장하는 아날로그 산업이 출판업이다. 종이책은 퇴보하기는커녕, 매년 그 시장이 전자책과 함께 시장규모가 상승하고 있다. 책 읽기는 철학적, 과학적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방법임을 증명하는 것일 것이다.
「디파 아나파라」 인도 출신으로 11년간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여러 도시에서 가난과 종교적 폭력이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들을 심층 취재하였다. 아직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가 존재하며, 신분제에 들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이 2억이 넘게 존재하는 곳이 인도이다. 2013년 첫 단편소설을 발표한 것으로 추측해볼 때, 이 시점이 영국 이주 후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2013년 2015년 2017년 2018년 매년 여러 상을 받으며, 2020년 첫 장편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로 최고의 문학상과 최고 작가의 출현을 알렸다.
이전에 읽었던 「메가 마줌다르」 또한 인도 출신 작가로서 ‘콜카타의 세 사람’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이 책 역시 운명, 편견, 계급, 부패, 인도 군중의 우매한 극단주의들을 직접 겪고 쓴 소설이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역시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린이 탐정단이 수사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저자 역시 인도 남부 해안가에 있는 케랄라 주 출신이며, 실론 섬과 인접한 곳이자 유럽과 가장 먼저 접촉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 내에서도 성 평등 수치와 교육수준과 소득으로 진보적인 지역이며,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선진적인 지역이라고 한다.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과 델리, 뭄바이 등의 대도시에서 저널리스트로 지켜본 빈민가와 사회 부조리는 충격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는 부모가 아닌 사회가 함께 키운다고 한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건에서도 방관하고 침묵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런 사회와 어른들을 바라보는 어린이 탐정단의 기분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책임 있는 어른들이 없는 도시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회복과 치유의 행동은, 같은 도시에 살지 않지만 한 명의 어른으로서 우리 사회에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책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문체로 쉽게 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견과 차별과 방관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망쳐가는가에 관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비평과 비판에 익숙한 저널리스트가 이렇게 순화되고 아름다운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