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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진상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최성일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글을 쓴 사람은 결국 쓰게 된다. 글은 곧 사람이다. 날카로운 순간 포착과 예상 못 한 반전,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시선. 그래서 프로그램 잘 만들고 스태프 잘 챙겼던 거였구나. 한 잔 커피에도 인생을 떠올린다면, 한 잔 커피가 카페인 그 이상의 의미라면 이 책을 펼쳐볼 일이다. 내가 읽는 글이 바로 나 자신이니까.” 「이금희」 오랫동안 방송, 라디오 등에서 늘 다정한 목소리로 시청자와 함께한 명 아나운서다. 아주 젊은 친구들 빼고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녀의 추천사에서 저자의 직업, 성격, 모습이 상상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책 전체를 평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것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젊은 호기에 괜히 있어 보이려 트집 잡고 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커피가 그저 카페인이 아닌,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그녀의 말이 참 곱고 인상 깊다.
문학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작품을 말한다. 소리의 표현은 음악, 언어가 아닌 시각적 표현은 그림이나 사진으로 불리고, 요리도 예술작품으로 들어간다. 노랫말이 있는 노래는 음악일까? 문학일까?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아름다운 그의 노래 가사와 메시지를 인정받아,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가수이다. 오래전 타계한 김광석을 우리는 음유시인이라고 부른다. 글에는 일정 리듬과 규칙이 있는 운문과 자유롭게 쓰이는 산문이 대표적이다. 운문을 대표하는 것이 시이며, 산문을 대표하는 것들은 일기부터 소설, 논문까지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또한, 특이하게도 산문의 형식을 띤 시도 존재한다. 글의 형식이라는 것은 편의상 나누어놓은 것이지,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시(詩)는 이성적인 생각보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의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글이다. 시는 동양이나 서양의 교류가 없던 시절에도 독창적으로 서로 존재해왔고, 가장 오래된 영웅의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도 시의 형식에 가깝다. ‘시’라는 것이 언제부터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을까? 우선은 재미없고, 어렵고 난해하며, 애호가들조차 옛날의 시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어떨까? 아이들이 외우는 구구단, 알파벳에는 운율이 있고, 우리가 매일 듣는 대중가요도 ‘시’이지 않을까?
『단어의 진상』 “시간이 답이란 소리 하지 마라, 당장 오늘 밤 죽을 거 같은데, 세월이 약이라는 소리 하지 마라, 세월이 약이냐 약이 약이지” 「최성일」 저자는 KBS 프로듀서이며, 이웃집 찰스, 재난탈출 생존왕, 수상한 휴가 등 방영 중이거나, 인기 있었던 다수의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였다. 찰스와 생존왕은 정말 자주 보는 프로그램인데, 저자의 작품이었다니. 책은 이렇게 한 줄의 ‘시’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다음 페이지에 에세이의 형식으로 답을 쓴다. 이 시의 답은 ‘마데카솔’이다. 누구나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견뎌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며,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결국, 세월은 세월일 뿐 그 고통을 낫게 해주는 명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요즘의 에세이라고 하면, 솔직히 수년의 일기장을 풀어놓는 수준의 글도 많은데, 두 가지의 생각을 빼고는 거의 모든 생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논리적으로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풀어헤친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다른 한편으론 위로가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었으면 하는 그러한 말들이다. 출판사 리뷰처럼 인생의 깊은 풍미를 잘 느끼도록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은 그렇게 무거운 인생을 주제로 하지 않고, 가성비가 뛰어나고 재미있고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진정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이 책을 통해 들을 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