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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평점 :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 2007년 기독교를 믿고 세례를 받으면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보통 지성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비이성적인 종교를 비판하기 바쁘다. 게다가, 70년대에는 기독교인들과 숱한 논쟁을 벌인 분이다. 목사가 된 딸의 영향도 있지만, 70세 이후 일본에 혼자 거주하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관한 의문이 신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고 고백한다.
「이어령」 (1933년 ~ 88세)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정치가로서, 대한민국 제29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서울대 국문과와 서울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받았다. 경기고 교사와 단국대 강사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55년 서울대 재학시절, 당시 문단의 거두였던 김동리, 조향, 이무영을 각각 ‘미몽의 우상’, ‘사기사의 우상’, ‘우매의 우상’이라고 비판했고, 22세인 그의 글은 한국일보 논설 전면에 실리며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황순원, 염상섭, 서정주 등을 신랄하게 비평했다. 우상파괴, 불온논쟁, 명저의 반열에 든 에세이까지, 그의 주장에는 일관성과 이유가 명확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장켐 문명론』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였고, 지금까지도 번역 출간된다고 한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한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로 불리지만, 선천적인 자유분방함과 수많은 논쟁으로 일부에서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긍정과 부정이 함께 하기에 진정 인간답다가 나는 생각한다. 칭송만 존재했다면, 오히려 재미없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암 투병 중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어령 교수와의 대담을 저자 김지수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죽음이 목전에 와도 글을 쓰겠다”라고 말하는 노교수는 글과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문단의 권력자니, 신군부의 장관이니 하는 비판을 보잘 것 아니게 하는 것이 이 모습이라 생각된다. 죽음을 앞두고 두려운 게 무엇이고? 가져야 할 욕심이 무엇일까? 천 가지의 고민이 단 한 가지의 고민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만약 노교수가 한 가지의 욕심을 가진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이 외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인터뷰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며, 이성으로 비평하고 맞섰던 노교수가 던진 한마디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라는 솔직함이며, 모르는 것만큼 아직도 납득가지 않는 것들이 수천 수백 가지라고 말한다. 육신은 꺼져가지만, 노교수의 지성은 마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이번 만남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노교수의 한마디이다. 책에는 무엇을 추구하거나, 어떠한 것을 남기거나, 심지어 수업이지만 가르치려고 하는 것들이 없다. 그저 저자의 질문에 담담히 생각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편안했고, 평소 신념과 맞지 않는 몇 가지 이야기에서도 노교수의 입장이 되어보려 해보았다. 왜냐하면, 사람의 신념이나 생각은 불변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성의 마지막 수업을 읽은 것은 2021년 올해에 가장 훌륭한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에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대화의 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고, 그날그날 각자의 머리를 사로잡았던 상념을 꺼내놓았다. 하루 치의 대화는 우연과 필연의 황금분할로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변화무쌍하게 흘러갔다.“ 「프롤로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