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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중세 문화 연구자가 노르망디와 파리를 샅샅이 누비며 모은 자료를 기반으로 재현한 14세기 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카루주-르그리 사건 스캔들, 범죄, 진실에 관한 매혹적인 추리극이자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로 개봉되는 영화의 원작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미스터리나 영미식 스릴러를 기대하고 읽으면 안 된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보일 것이다.
「리들리 스콧」 (1937년~84세) 사망한 동생 토니 스콧과 함께 영국과 미국의 명감독이자 제작자이다. 영화라는 장르가 만들어지고,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생기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말하라면 주저 없이 리들리를 꼽는다. 실제 100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3시간 30분짜리 영화가 있다. 『킹덤 오브 헤븐』 실제 존재했던 인물, 발리안을 모티브로 한 십자군과 예루살렘왕국, 이슬람의 전설적인 군주 살라딘의 이야기다. 예루살렘 공선전 최후의 장면에서, 발리안과 살라딘이 나누는 대화는 정말 명대사이다. “발리안: 예루살렘이란 무엇입니까? 살라딘: 아무것도…. 그리고 모든 것이기도 하지.” 4시간 가까운 영화에서 주인공 발리안이 예루살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이 대사에 모두 들어있다.
영국 출신의 리들리는 CF 감독 출신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대부분의 CF 감독 출신이 화면과 연출만 화려한 내용이 없는 영화라고(미장센) 평을 받는데, 리들리조차 그 수식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의 영화는 역사적 상황을 철저하게 고증하며, 그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욕구들이 화면에 온전하게 보인다. 그런데도 그 어떤 평론가도 리들리를 미장센 감독이라고 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2003년 영국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할리우드의 다혈질로 유명한 배우 ‘러셀 크로우’를 달래가며 ‘글래디에이터’를 완성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일은 영화계에서 엄청 유명하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 리들리는 다혈질과 완벽주의의 끝판을 달렸기 때문이다.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처럼 말이다. 바람직하게도 70이 넘고 나서 리들리는 다작하면서도, 스탭과 배우들에게 매우 유순하고 인자해졌다고 한다. 명장은 나이가 들어도 멋지게 늙는다고 느끼는 바이다.
『라스트 듀얼』 책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영화와 감독의 이야기만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책은 2021년 현재 상영 중이며,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고,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등 명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이다. 엄청난 히트를 하진 못했지만, 마니아층과 고증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는 3명의 주인공이 3개의 시점으로 당시의 상황을 정말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상황, 심리, 대사 하나에 이르기까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책을 읽은 분이 있었다. 중세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해당 상황이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으니, 답답한 전개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보라고 조언해주었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책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고증적 설명에 집중하는 부분이 크기에, 소설적 묘사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그 부분을 메꾸는 것이 바로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으면, 완전히 다른 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최고의 명장이 선택한 원작과 그가 만든 영화를 모두 볼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