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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스쿨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2
이진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폭력」 신체에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강제력이나, 정신을 공격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주먹이나 발을 이용하여 구타하는 것은 기본이고, 몽둥이와 같은 흉기를 사용하는 것도 폭력이다. 또한, 개인이나 조직 등 고유의 성격을 가지는 것들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침해하는 것도 폭력이다. 계급이나 권력으로 위협하거나 제압하는 것 또한 폭력이다. 성적인 비하, 신체의 비하, 다른 문화를 비하하는 말들도 폭력에 해당한다. 다른 상대가 싫어하는 행위가 모두 폭력에 해당하는 것일까? 경찰이 강도를 제압할 때 행사하는 물리적 행위는 폭력이 아닐까?
경찰이 강도를 제압할 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강도의 처지에서는 싫어하는 경찰의 폭력이다. 국가가 군대를 유지하는 이유 또한, 전쟁을 막기 위해 미리 폭력집단인 군대를 양성해서 대비하는 것이다.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않는 동물은 식물을 파괴함으로써 에너지를 섭취한다. 식물의 입장에선 싫어하는 행위이므로 폭력에 해당할까? 동물의 세계에는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 배고픈 육식동물이 먹이사슬의 아래에 있는 초식동물을 먹고 나면, 재미로 사냥을 나가지 않는다. 배를 채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면 더 큰 선을 넘는 폭력을 행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자연의 법칙이다.
신선한 회를 먹기 위한다는 핑계로 아직도 입을 뻐끔거리는 생선의 회를 뜬다. 살아있는 낙지를 펄펄 끓는 물에 투하한다. 해산물이 가득 쌓은 전골냄비 위에 기름을 부어 죽어가는 모습을 맛있게 지켜본다. 인간은 생명유지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재미와 만족이라는 감각을 채우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오은영」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녀교육이 문제가 되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오은영 박사의 말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면서도 실현할 수 있지 않은 말이 있다.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 간이라고 하여도 말이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사랑하니까 폭력을 행사하는 이율배반적인 말이다. 그러므로, 훈육으로서 사랑의 매는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달리기하는 사람들에게 러너스 하이라는 용어가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으로 하던 달리기가 어느 순간 뇌 분비물로 인해 중독의 상태를 이르는 용어이다.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되어, 몸의 통증과 고통에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폭력이다. 그렇기에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중독의 맛을 잊을 수 없다. 폭력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스스로 마약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마이너스 스쿨』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학교폭력에 관련된 다섯 개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학교폭력은 지금을 살아가는 시대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십 년 전 학생이었던 본인의 시절에는 더 처참했다. 학교 내 왕따, 구타, 성매매를 강요하는 성인의 범죄가 문명이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성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80억 인구만큼 사건이 많아진 것뿐이지, 과거보다 악랄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폭력도 지금 못지않게 심각했다. 다만 알려지거나, 인구가 적었을 뿐이다. 다섯 작가는 소설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계몽과 선도 ‘안돼!’라는 말로서 학교폭력이 멈추기를 바랐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동물은 태생적으로 다른 생명을 폭력적으로 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본능인 폭력을 제어할 수 없다. 폭력을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고, 개도로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마약을 제어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폭력은 개도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의 시선이라고 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방관자가 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문명적인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