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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 -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
주진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추수밭 출판사」는 청림출판이 법률과 경제경영 전문출판에서, 인문학과 에세이, 소설과 비소설에 전문성을 두기 위해 창간되었다. 음악 회사로 보면 전체 음반사가 있고, 그 아래로 팝,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레이블 회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청림출판은 이름에서도 청량함이 느껴지겠지만,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이상으로 만들어진 출판사이다. 비건으로서 특히 청림LIFE의 책들을 참 좋아하는데, 정직한 출판사의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주진오 교수」는 35년간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의 교수로 재직했다. 내년 2월로서 교단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1987년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상명대학교 교수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 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위원장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관장도 역임했었다.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로서, 극우나 뉴라이트 같은 세력에 맞서왔고,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려는 정부를 상대로 반국정화 교과서 활동을 한 진보적인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자유한국당에서는 싫어하는 교수이고, 민주당 쪽에서는 반기는 인물이다. 오늘날 민주당이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이라 해도, 현재는 친정부 인사라 하겠다. 극보수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않거나, 상대 진영의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읽는 사람이다. 보수와 진보 중도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던가? 올바른 것이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역사」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계속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에드워드 카」 역사는 인류와 인간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지닌 증거물을 토대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는 말이 나온 이유가, 역사학은 증거물이 없으면 연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으로 비유하자면 사람을 죽였는데, 살해한 흉기를 발견하지 못해 정황만으로 유죄를 선고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록이 있고, 정황이 있어도 증거가 없으면 역사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봉건주의 시대 사서들은 왕의 앞에서 목숨을 걸고 사실만을 기록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도, 기록된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관점에서 태반 쓰인 것이 사실이다.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관점은 바로 이 증거를 토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주진오의 한국현대사』 오랜 시간 역사를 가르친 노교수의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사를 33가지의 현대사 이야기이다. 국가 기록물로 지정돼 열람이 제한된 특정일을 제외하고는 30년의 역사는 우리가 실제로 보고 겪은 일들이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저자가 칼럼에 기고했거나, SNS를 통해 의견을 적은 것들을 모아 재구성한 것이다. 책의 성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 “박정희 기념관에 200억의 국가 보조금이 아직도 들어가는 것에 옳다고 생각하는가?”, “민간주도가 아닌 정부주도의 박정희 기념사업은 과연 옳은가?” 이에 대한 대답은 책을 읽고 스스로들 찾아내길 바란다.
중고교 시절 나는 국가를 재건한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며, 등하굣길 사진관에 있는 사진을 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매일 했었다. 대학 시절은 전대협과 한총련을 거치면서 부조리한 정부를 비난했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의 부조리에 맞섰다. 중년의 나이가 들어서는 사상과 행동이 변질된 많은 이들을 보며 염증을 느꼈고, 어느 하나의 진영보다 옳은 것이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와 진보와 중도라는 진영을 통해 역사를 보고 현재를 볼 것이 아니라, 옳고 바른 것을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