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평점 :

1) 男: 오늘 가볍게 저녁 같이할까?
女: 피곤할 텐데…. 괜찮겠어?
2) 男: 나는 괜찮은데…. 너는 어때? 나보다 네가 괜찮은지 말해주면 좋겠어.
女: 솔직히,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어….
1)과 2)의 대화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바로 눈에 보이는가? 1)의 대화에는 업무에 지쳐 피로도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즈음에, 여자친구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기대에 연락한 것에 대한 대답이라고 한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대답을 솔직하지 않게 느낀다고 한다. 2)의 대화는 여자친구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배려는 미안함이든 감사함이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니까. 글쎄다…. 업무에 지쳐 위로받고 싶은 애인의 심정을 파악하고, 내 몸이 피곤하지만, 더 지쳤을 남자친구를 위로해주는 선택지는 없을까?
저자는 펜실베이니아주립 대학교에서 노동 고용 관계 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석사과정 중이라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를 들으니 문뜩 검사외전이 떠오르는 것은 참 눈치가 없는 것일까? 스타트업 조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다국적 대기업을 재직하며 조직의 언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여러 조직을 거치며, 많은 말에 부딪히며 몇몇 말은 비수처럼 꽂혀 상처를 입었다고 말한다. 어떤 말은 곱씹을수록 우울감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속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 다른 말은 무심코 스쳐 지나갔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삶의 따뜻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말들도 있었다고 한다.
「오감」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5가지 수용하는 감각기관에 따라 말한다. 감각이란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 때문에 인간의식에 변화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즉 외부의 물리적 자극이 전기적 신호로 한 형태로, 신경을 통해 뇌까지 전달되어 기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언어는 20%의 말과 글, 80% 비언어적 표현으로 전달된다. 이중 언어적 표현은 보통 눈과 귀로 이루어지며, 양방향 소통의 경우 귀로 듣는 경우가 많다.
우리 옛말에 참 좋지 않은 말이 있는데,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하여 갓 시집온 새댁에게 10년을 자존감 없는 세월을 보낼 것을 요구한 것이다. 오랜 세월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쌓이는 내공이 있는데,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듣지 않으며,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갓 스물, 왕성한 삼십 대, 책임감 넘치는 사십 대에 말이라는 것은 상처가 되는 일이 많다.

『참 눈치 없는 언어들』 저자의 정확한 프로필을 알 수는 없지만, 한참 왕성한 삼십 대로 보인다. 시각과 청각에 한참 예민하고, 말에 대해 예민한 시기라 생각이 든다. 잠자리에 들려다가도 이불킥을 하게 만드는 아리송한 말들에 대해서 정리를 한 책이다. 말을 하는 사람의 언어능력이 부족한 경우, 말을 듣는 사람의 이해력이 부족한 경우, 두 사람 다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감정적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말은 오해가 된다고 한다. 그래면서, 한국적 정서의 문제점으로 듣는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개하는 50가지의 언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웃기고 재미있다. 20대라면 그리 생각했을 듯한 말도 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이 드는 말들도 있다. 말이 ‘아’ 다르고 ‘어’다른 건 여전하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하지만, 언어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중 누가 가장 눈치가 있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