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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김파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0월
평점 :

“회사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가장 중요한 건 달라지지 않았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쪼’대로 사는 것!”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 내가 필요한데 무슨 상관! 안 창피하냐고? 어쩌라고!!! 내 맘이지! 남한테 손 벌리는 게 더 창피한 데! 케이블광고에 나오는 ‘나나 영롱 킴’이라는 대한민국의 드랙이다. 드랙(Drag)은 사회가 정의한 성별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을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남자는 바지를 입어야 한다. 남자는 팬티스타킹과 코르셋을 착용해선 안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패션이나 화장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치마를 입든 바지를 입든 그것은 여자의 자유이지만, 남자의 경우에는 치마를 입고 다녔다가는 불심검문 당하기에 십상이다. 현행법상 죄는 되지 않지만, 정신이상자로 분류되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말이다.
【김파카(김유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디자이너 시작해서 5년간 일하고, 서울에서 6년간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며, 재주껏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글쓰기, 얕은 재주를 가르치는 일까지 돈이 되는 일은 다 하는 것 같다. 이 책 이전에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를 출간한 적이 있다. 7문 7답의 인터뷰가 상당히 유쾌하다. 이번 책은 일기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원고를 많이 덜어내어 가벼운 책이 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원고를 많이 실었어도 결코 진지한 책은 되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프리랜서로서의 생존원칙도 가지고 있는데, 회사 대신 작업실로 출근하고, 나가기 귀찮은 날에는 집에서 일만 한다고 한다. 주로 정신이 깨어있고 활력이 넘치는 오전에는 돈이 되는 작업(마감)을 하고, 오후에는 원고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글 쓰는 건 운동이고, 그림은 산책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림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책도 얇고 가볍고, 내용도 가벼운 그림이 많은 책이다. 책을 읽어야지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손에 잡히면 잠시 읽으면 되는 책이다. 저자 소개에서도 나왔듯이, 책은 11년간 디자이너 및 얕은 재주로 먹고 살아온 저자의 고군분투 생존기이다. 회사가 싫어 뛰쳐나왔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독립한 이야기다. ‘의욕’은 무엇일까?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이며,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의지가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일을 말한다. 이 의욕이 집을 나갔다는 것은, 내 마음과 내 생활 속에서 목표가 희미해지고, 하는 행동에 회의감이 들 때일 것이다. 이런 의욕상실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오는데, 무력감, 우울증, 만성피로 결국은 신체적인 염증으로까지 전이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고,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 또한 건강한 것이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그림 실력도, 감도, 구독자 수도 모두 이런 식으로 자란다. 어쨌든 꾸준히 해야 느는데,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방식. 어쩌면 이게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다시 처음의 ‘나나 영롱 킴’로 돌아가서 말하고 싶다. 남한테 손 벌리는 게 창피한 것이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다. 의욕이 가출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외쳐보자. “어쩌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