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의 편지 - 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마이클 버드. 올랜도 버드 지음, 황종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평점 :

“훌륭한 편지를 쓰려고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 소설에 얽힌 비화, 은밀한 사랑, 창작에의 열망,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불후의 명작을 남긴 위대한 문인 94명의 손편지가 지금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편지】 안부나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을 의미한다. “이 편지가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다산 정양용」 문자가 발병된 후, 인류의 원거리 통신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문자도 하나의 그림의 형태로 본다면, 구석기 시대의 동굴에 그려진 벽화 또한 무언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류 최초의 문자는 수메르의 쐐기문자라고 한다. 한자와 비슷하게 대상의 특징을 단순화시킨 상형문자이다. 하지만, 현대 인류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편지는 종이에 글자로 작성한 다음, 우표라는 요금을 내고 보내는 글쓰기를 말할 것이다. 지금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어찌 보면 디지털 편지의 한 양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편지】 가장 최근에 손편지를 쓴 기억이 있는가? 한국에서 남성들은 군대에 입대하기에 반강제적으로 편지를 써서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흙구덩이에서 구르고, 짬빱을 먹고 흘린 눈물을 종이에 주절주절 써서 사랑하는 부모님께 보낸다. 중년의 나이가 있으면, 만화잡지나 월간지를 통해 펜팔을 해본 기억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생각나는 편지쓰기는 이 두 가지다. 20세기 학창시절 펜팔과 군인이던 시절 편지를 쓰고, 21세기에 들어서는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복잡한 마음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명상의 기회가 된다고 했다. 갈수록 생각이 복잡해지고 조급해지는 것은 글을 쓰지 않아서일까? 편지가 생각난 만큼 오늘은 아무개에게라도 편지를 한번 써봐야겠다.

『작가의 편지』 책은 굉장히 고급스럽게 제본되어 출간됐다. 한쪽에 작가의 편지 원본을 스캔해서 삽화로 넣었고, 편지에 대한 번역과 해설을 적었다. 수많은 작가 중에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빅토르 위고의 편지였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위고는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의 유언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5만 프랑을 전한다. 그들의 관 만드는 값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교회의 추도식은 거부한다. 영혼으로부터의 기도를 요구한다. 신을 믿는다.” 그의 소설들은 시대의 민중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이 담겨있다. 작가의 길만이 아닌 정치가의 길을 걸을 것도 실물정치로 민중을 돕기 위한 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1862년에 출간한 레미제라블의 초판에 평단의 반응이 냉담하고 큰 반향을 얻지 못하자, 위고는 마음이 상해 존경하는 시인 라마르틴에게 편지를 보낸다. “인간이 소망할 수 있는 한, 저는 인간의 역경을 근절하고 싶습니다. 노예제도를 규탄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몽매함을 교화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암흑을 밝히고, 증오를 배척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 신념이며 레미제라블을 쓴 이유입니다.” 그리고 책에 관해 거리낌 없이 평해 달라고 부탁한다. 위고의 기분을 느껴보자면, 세상을 향해 선한 행동을 했는데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자 오는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박애주의자처럼 그 어떤 보상 없이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가 성인이라고 부르는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물질적 보상을 떠나서, 정서적인 칭찬 정도는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 대문호와 나와의 유사한 점을 발견하여서 매우 기쁘다. 대문호들의 사상이나 책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너무나 인간적인 그들의 편지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대문호이기 이전에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