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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 김봉렬의 건축 인문학
김봉렬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고인돌부터 사유원까지,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아온 건축적 텍스트를 통해 건축의 시간을 번역한다. 건축의 시간은 시대도 건축도 다양해서 어떤 통일된 주제를 다루지도, 서로를 비교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개별 건축이 형상화된 개념과 사유를 추적하고, 그 배후의 사회적 역사적 환경과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저자 「김봉렬」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울산대를 거쳐 현재 한예종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의 소개 문구의 느낌처럼 책은 전문적인 건축의 이야기보다, 오랜 시간 건축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으로 보는 느낌을 적은 책이다. 서울신문에 2년간 연재한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을 책으로 엮은 만큼 오랜 내공이 느껴진다.
【29,500】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고인들의 숫자는 5만여 개라고 한다. 그 가운데 29,500기가 한반도에 현존한다. 세계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존재하는 한반도는 그야말로 ‘고인돌 왕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의 대표 무덤 양식으로 ‘족장 무덤’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반면에 한반도의 고인돌은 무덤 외에도 기념 물적인 양식까지 형식이 없는 것이 독보적이고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솔직히 이 작은 한반도에 3만기의 고인돌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것이 2,300년 전 고조선, 부여 등의 역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니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2006년 방영했던 주몽을 매우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고인돌은 풍요로운 생산물을 평등하게 누리는 사회만 많은 실용적 기념물로 세울 수 있다고 한다. 과거 한반도의 사회는 묵상하고 기념하는 정신공동체였고, 평등하고 협업하는 경제 공동체였다는 것을 증거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북유럽의 문화가 이미 있었다는 것을 말하며, 오랜 세월 동안 후진국이 되어버린 우리 문화를 반성해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건축은 기술과 예술의 양면성을 가진다고 한다. 공학 기술과 디자인 능력으로 기능을 갖춘 건축은 가능하나, 삶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해야 인간적 건축이 가능하며,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이 건축의 근본이며, 인간의 물질과 형이상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건축은 공학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인문학에 속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 말에 너무나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가 세대를 머물며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곳이 건축물이다. 곧 건축물은 우리의 생각이며, 우리의 감성이고, 우리의 물질적 현재이다. 저자는 니체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는 영원한 현재라는 니체의 역사관에 동의한다면, 역사적 건축은 늘 현대 건축이다. 과거의 건축 속에서 현대의 건축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의 건축은 현재의 생각과 선택에서 잉태될 것이다. 2,300년의 건축의 시간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돌아왔을까?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통 말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그 행복이라는 감정은 이미 과거에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결국, 과거의 행복이 미래의 행복과 지금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행복과 건축은 과거, 미래, 현재의 구분이 없이 항상 삶의 존재한다는 것들에 참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