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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그녀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인 동시에 문학적 스타이며, 우리의 책꽂이에 꽂힌 어둡고 음울한 존재이다. ” 「뉴욕타임스」 추천사를 통해서만 책을 생각했을 때, 얼마 전 읽었던 아르헨티나의 작가 「마리아 엔리케스」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 나는 보통 두 가지의 세계가 보인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거나 존재할 모습들이다. 다음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작가만의 세계이다. 사람의 눈높이는 자신의 키만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보통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몸을 낮춰 같은 눈높이를 맞추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보는 것과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을 타고났기에, 이런 작가들의 세계를 통해서 다르게 보는 것을 알기도 배우기도 한다.
【유미리】 (요코하마, 1968년~54세)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난 한국국적을 가진 재일교포 소설가이다. 외할아버지는 “아름다운 마을처럼 살아라”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지만, 그녀의 유년기는 불행 그 자체였다. 부모의 별거, 13살에 실어증을 겪고 왕따를 당해 자살시도를 했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술·담배에 빠져 또다시 자살시도를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가출과 무단결석 왕따 등으로 인해 1년 만에 퇴학당했다고 한다. 뮤지컬 극단에 입단하여 연기와 연출 경력을 쌓다가, 스무 살의 나이에 첫 희곡 『물속의 친구에게』로 극작가로 데뷔한다. 많은 불우한 환경에서도 고등학생 시절 「기다」라는 선생님은 작가를 지지해 주었다고 한다. 퇴학 후 그녀의 연극 무대를 찾아다니며 항상 그녀를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가족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으며, 우울한 편이다. 모든 것을 놓을 것만 같았던 상황에서도 작가로서의 성장을 하는 것에 선생님과 같은 선한 영향력 지인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1997년 『가족 시네마』로 일본 최고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1년 한국에서 정인기, 김지영, 선우선 등의 배우 출연으로 제작되었다. 2014년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2010년 71회 전미문학상 번역 문학 부문을 수상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일본 문학계에서 그녀를 ‘자랑스러운 일본 작가’로 띄우려는 시도를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선언해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많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그녀가 서점을 개업한 동기를 보면 그녀의 전반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는데, 1시간 반에 1대밖에 오지 않는 열악한 상황의 전철역에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다릴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JR上野驛公園口』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쪽이라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말에 순간 멍해짐을 느꼈다. 선견, 차별, 퀴어, 계급 등 사회의 많은 모순된 문제에 대해서 나는 많은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법률이나 폭력의 수단처럼 극적인 상황만 생각해왔다. 반면에 작가는 30년의 글쓰기를 통해, 그 차별에 계속해서 맞서왔다. 이 소설에서 어떤 깨달음이나, 지식이나, 얻으려고 읽으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사회문제, 차별, 의식의 개선 같은 고급스러운 단어들을 잊어버렸으면 한다. 엔리케스의 소설처럼 의미를 찾지 말고, 그저 한 노숙자의 모습에 투영되어 그녀의 시선으로 선로를 바라보고, 그녀의 눈으로 거리를 걸어보길 바란다. 우리는 모든 것을 분석하여 이해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그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들이 있다. 무엇인가 극히 불만스럽고, 무엇인가 극히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200페이지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을 덮으면서, 나는 스토리의 재구성이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노숙자의 삶을 살다가 내 세계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