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그녀가 만든 세계는 중심에서 몇도 벗어난 느낌이다. 엔리케스의 이야기는 연기가 자욱하고 음란하고 눈부시다.” 「로런 그로프」, “이 뒤틀린 이야기의 어둡고 탐욕스러운 속삭임이 좋았다. 이 글에는 분명 강력한 힘이 있다.” 「데이지 존슨」 글을 읽기 전 항상 추천사를 먼저 보게 되는데, 책의 핵심적인 문구를 잘 짚어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공포소설을 모은 12편의 단편집이다. 보통의 소설가들도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지만,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가 구상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작가가 스티븐 킹 같은 작가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땅, 바다, 하늘 등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쓰이게 된다. 엔리케스의 키워드는 공포, 음란, 비정상, 탐욕 등의 인간의 근원적인 내면의 공포를 구체적으로 세계화하여 쓰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Mariana Enriquez, 1973년~ 49세) 아르헨티나 출신의 저널리스트, 소설가이다. 국립 라플라타 대학에서 저널리즘 및 사회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였고, Pagina/12에서 문화 부분 부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스물한 살에 첫 장편 소설 『내려가는 것이 최악이다.』 발표하며, 30년 가까이 꾸준히 글을 써오는 작가이다. 2009년 발표한 이번 책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세계에서 3대 권위 있는 문학상인 영국의 부커 인터내셔널상 2021년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강 작가가 이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세계관】 자신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형이상학적이거나 진리거나 거대할 필요는 없다. 종교적으로, 신화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성적,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모두 세계관의 하나이다. 일명 ‘카더라통신’도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이해하는 매개체가 된다. 세상은 선한 사람들이 많아서 유지된다. 외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흔한 우리의 세계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모두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사고와 행동을 한다. 특히나, 이런 세계관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데, 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영화감독, 소설가, 예술가 중에서도 특히 픽션을 다루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독특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예로는, 고전문학을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서, 책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도 많다. 같은 디킨스의 소설을 번역해도, 번역하는 사람의 세계관에 의해 글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8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에서, 위험한 것은 담배가 아니다. 침대, 담배, 할머니, 화재, 나방, 텐트, 3년 동안 방치된 오븐, 추적추적 내리는 비, 무심하게 치워지는 사체, 젊음을 잃은 몸, 자신과 주변 세계와의 경계를 확실히 그은 모든 것들이 위험한 것들이다. 저자의 글을 읽고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작가는 글을 통한 어떠한 메시지의 전달이 아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난, 사회문제, 노인 이런 저널리스트적인 비평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그려진 그 상황과 사건을 상상해보고 음미해보라. 그러면 위험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