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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카빌리의 비참에는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한 청년 지식인의 외침이 담겨 있다.” 「최윤」 프랑스령 알제리 카빌리 지역의 비참한 실태를 날카로운 문장과 각종 수치, 증언을 통해 고발한 청년 카뮈의 기자 시절 르포 11편을 국내 최초 번역한 책이다.
【제국주의】 (帝國主義, Imperialism) 한 국가가 무력으로 다른 국가를 제압하여 정치·경제적 주권을 지배하여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16세기 대항해시대는 유럽 내의 영토 다툼에서 신대륙, 아프리카, 아시아로 무한 식민지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산업혁명을 통한 압도적인 무력으로 18세기에는 전 세계로 확장,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해안을 접한 나라들은 서로 분쟁을 피하고자, 아메리카 남쪽은 스페인이 북쪽은 영국이 가지기로 한다. 포르투갈은 동남아시아의 지배권을 강하하고, 프랑스는 영국과 분쟁하며 정책을 펴나간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도 북미 지방을 열심히 식민지화했다. 오늘날 문명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모두 착취와 학살의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18세기 말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식민지화에 앞장서게 된다.
【프랑스령 알제리】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국가이며, 세계에서 10번째로 넓은 국가이다. 카르타고부터 오스만까지 지배자가 수없이 바뀌면서, 1516년 오스만제국이 강성할 때 속국이 된다. 바르바리 해적의 근거지로서 지중해에서 약탈을 일삼는 해적들의 본거지였다. 1830년 프랑스가 해적퇴치의 명분으로 알제리를 공격하고 점령하며, 프랑스령 알제리가 시작된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해안가 환경이 프랑스 남부의 환경과 비슷하여, 프랑스는 알제리를 제2의 프랑스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프랑스화 정책을 추진했다. 우리가 일제 식민지 시절 겪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1830년~1962년 130년간의 지배 기간에 학살된 양민이 200만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시절에는 프랑스가 독일에 맞서기 위해 알제리의 일력과 물자를 강제 동원하여, 많은 알제리인이 프랑스군으로 징집되어 싸웠다. 또한, 수많은 민간인이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지 않은가? 일본이 대한제국에 행한 것과 똑같은 일을 프랑스가 알제리를 상대로 한 것이다.
【프랑스】 삼색의 국기가 의미하는 것은 자유, 평등, 박애이다. 18세기 말 시민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운 국가이다. 자유와 시민혁명을 설명할 때 언제나 프랑스를 상기시킨다. 프랑크 왕국이 건설된 시점부터, 유럽의 인력 및 영토 경제 대국이며, 나폴레옹 시기에는 전 유럽을 상대로 싸울 만큼 강대했다. 자신들을 문화강국이라 부르며, 프랑스의 사상을 최고로 치며 자부하는 국가이다. 또한, 학문과 과학이 뛰어나며, 핵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이다. 수학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기초학문의 강대국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라가, 1954년~1962년 알제리의 독립전쟁 중 프랑스가 저지른 잔학행위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 독일을 그토록 비난했던 나라가 말이다. 50년이 지나서야, 현 마크롱 대통령이 알제리에 대해 겨우 사과의 한마디를 건넸다. 아직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보다는 조금 나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별반 차이 없다.
『카빌리의 비참』 1913년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난 알베르 카뮈는 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청각장애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랐다. 1942년 소설 『이방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1947년 소설 『페스트』를 출간해 비평가상을 수상한다. 1957년 44세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960년 파리 외곽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그의 국적은 영원히 프랑스이다. 알제리의 식민전쟁 당시에도 독립보다는 자치권확대를 통해 프랑스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원했기에, 알제리에서는 카뮈에 대한 모든 흔적을 지워버렸다고 한다. 일장기를 달고도 한국의 영웅이 되었던 손기정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식민지하에 삶만큼 부조리한 세상은 없을 것이다. 본국의 국민과 차별되어야 했고, 또 눈가는 동경도 했을 것이다. 청년 카뮈는 우리의 일제 치하 지성인들이 했을 법한 고뇌를 같이했을 것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카빌리는 부조리한 세계의 정점이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였던 카뮈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