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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술】 대부분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인간의 활동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절대자에게 선택받아, 선택적인 삶을 사는 생물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예술은 창조주와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 주제들이 시대와 인간들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술의 기준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시대의 선택을 받는 만큼 시대마다 새로운 기준들이 생긴다. 르네상스의 사실주의 미술에 반기를 든 즉흥적인 인상주의는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최고의 미술로 인정받는다. 지금의 시대에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천재】 보편적인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정신적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을 말한다. 지능만이 아니라도, 감성이나 사회적인 업적이 높을 때도 우리는 천재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지능이 높다고 해서 전부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시대가 선택하고 만들어 주는 타이틀이다. 예술가는 인간의 창조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상에서 아무 논란의 여지 없이 순수하게 좋고 선한 것은 여름날 날벼락처럼 찾아오는 개인적 행복과 예술뿐이다.” 흔히들, 예술은 예술가 혼자만의 표현이나 창작물로 오해하기 쉬운데, 예술은 창조자와 관람자가 상호작용이 일어남으로써 예술이 되는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도, 다빈치의 그림도 관람자가 없다면 예술이 될 수 없다.

『예술가의 일』은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세계를 꿈꾸고 실현한 33인의 예술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책들이 주로 미술과 음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다른 영역에서의 예술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신선하다. 명화와 클래식은 워낙 좋아해서, 명상과 요가를 클래식을 들으면서 매일 하고,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의 화면보호기는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미술들이 재생되게 한다. 텔레비전의 용도도 명화액자로 주로 쓰고 있다. 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과 감성을 좋아하는데, 영화와 애니메이션에도 엄청난 덕후이다. 보통 명화를 이야기하면 고급스러워 보이고, 영화를 이야기하면 수준 낮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술에 대한 사대주의다. 영화가 원작 소설의 감동을 뛰어넘는 재현을 한 경우도 많고, 폐허가 된 그리스 건축의 잔재가 그 어떤 작품보다 큰 울림을 주는 예도 있다. 이 책에서 특히나 장국영을 다룬 부분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홍콩의 영화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청춘’ 장국영 홍콩의 배우이자 가수이다. 1956년~2003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03년 4월 1일 그의 사망 소식은 팬이 아닌 사람에게조차 만우절의 거짓말로 들렸으니 말이다.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최전성기였고,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장국영의 영어식 이름은 ‘레슬리 청’이라고 한다. 1939년 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우 레슬리 하워드에게 매료되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장국영을 검색하면 어마한 그의 필모그래피를 볼 수 있다. ‘천년유혼’, ‘영웅본색’, ‘패왕별희’, ‘백발마녀전’, ‘동사서독’ 헐리우드 영화에 절대 밀리지 않는 홍콩황금기의 명작들이다. 특히 그의 초기 작품 ‘아비정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어떤 사람을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시대는 그의 영화와 노래를 선택했고 그는 천재로서의 삶을 살았다. 47년간의 그의 작품이 그의 인생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만으로 그를 알고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