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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다 - 우리가 몰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
은미희 지음 / 집사재 / 2021년 8월
평점 :

“일본인들은 2차 대전 패망 이후 자신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킨『요꼬 이야기』등을 미국 내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도서관과 학교에 무상으로 살포하였다. 『요꼬 이야기』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한 뒤 귀국하는 일본인 여성들을 조선인들이 무자비하게 폭행하였다는 내용이 중점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요꼬 이야기』뿐만 아니라 2차 대전 당시 동원된 위안부가 돈 잘 버는 매춘부였다는 그릇된 내용을 미국 교과서에 실어줄 것을 청원하는 서명을 벌이는 등 비인도적 작태를 계속 보여왔다. 부끄러운 역사도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일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고 이 땅의 딸들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우리 모두의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과거를 망각하고 왜곡하려는 일본인들의 한심한 작태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임홍순 >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고, 이 땅의 딸들을 팔아먹은 자들을 일벌백계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바다 건너 일본을 욕할 수 있을까?

나비는 특유의 아름다운 날개를 가져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곤충이다. 대부분 곤충이 혐오나 공포의 대상이지만, 나비는 아름다움과 상상의 곤충이다. 역사 최초의 곤충연구라 불리는 【마리아 마리안】의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것이 나비였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냈다. 남성 우월과 종교탄압과 사람들의 무지 속에서, 여자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박해당했던, 마리안의 자유와 상상의 길이기도 했다. 나비는 애벌레 시절의 위험을 이겨내고, 마침내 고치를 만들어 아름다운 생명으로 탄생한다. 어떤 포유류 동물보다 긴 어린 시절을 가진 우리 인간의 모습 성장과도 비슷해 보인다. 젖먹이 시절부터 엄마와 아빠의 무한 애정을 받아 성장하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인격을 만들어 간다. 그렇게 해서 성장하여 비로소 사람으로, 아름다운 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화물칸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이 ‘순분’을 향해 눈으로 물었다. 어떻게 됐어? 그 아이는? 왜 너 혼자야? 아이는 어디로 간 거야? ‘순분’은 그 시선에 눈물로 먼저 답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순분의 그 눈물 하나로 다들 눈치를 챘고, 알아들었다. 그리고 조만간 자신들에게 들이닥칠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아이의 운명과 다른 바 없는 자신들의 운명에 아이들은 깊은 한숨과 함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비는 보통 고치에서 겨울잠을 잔다. 그리고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때 새로운 미래의 세상에 날개를 펴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딸들에게는 미래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단 몇 단락의 문장만으로도, 딸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가슴이 매어진다.

2015년 조정래 감독은 『귀향』과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1940년대 전쟁 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강일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각국에서 모금된 후원금으로 13년에 걸쳐 광복 70주년인 2015년 광복절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후반 편집을 위한 제작비가 부족해 2016년에 개봉이 확정되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본인을 비롯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연일 뉴스와 미디어에서는 위안부와 일본을 욕하는 이야기가 넘쳐나면서, 정작 그 딸들의 이야기인 영화가 작은 제작비가 없어서 못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의 국민성은 아직 역사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준이 되지 못했음을 느꼈다. 하루에도 노재팬, 일본혐오 등 많은 말을 듣는다. 일본제품 한가지라도 있으면 매국노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교양프로그램 ‘실화 탐사대’에서 정말 당황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제자이며, 독립운동 자금의 실무를 담당했던 ‘하희옥 지사’의 무덤이 원래의 자리도 아닌 공원묘지 구석에 버려진 채 방치된 것을 말이다. 반면에 일본의 장교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장군은 독립유공자가 되어 현충원에 묻혀있다.
『나비, 날다』를 읽으면서 우리는 결코 일본을 욕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죽인 사형수가 강도를 저지른 자를 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형수에게 동감하거나, 손뼉을 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범국 일본은 마땅히 국제법과 양심에 따라 반성하고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우리에게 사죄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은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이었다.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를 상대로 가혹한 일들을 많이 벌였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100년이 지나서야 현 대통령 마크롱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했다. 독일은 추축국의 리더로써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국가이다.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잔인한 행위를 자행했다. 독일은 반성했다. 다만 주변의 강국과 유럽의 국가에 한해서다. 독일 역시 가난한 아프리카의 나라에 대해서는 사과한 적이 없다.

『나비, 날다』는 우리의 딸들이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소설도 아니다. 우리의 딸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그곳으로 내몰고 지키지 못한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당신의 왜 일본의 사과를 받고 싶어라 하는가?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동학혁명의 학자 ‘이이화’ 교수는 말한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나아가자는 것은 헛소리예요. 인류는 과거를 기억하면서 미래를 만들었어요. 6·25 동란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파탄 났어요? 그래서 우리가 전쟁은 더 하지 말자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진정 반성해야 하는 것은, 두 번 다시는 우리의 딸들에게 이 아픔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힘과 사상이 완성될 때 일본은 스스로 자신의 무릎과 머리를 숙여 반성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