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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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진과 기록이 남았지만 가장 생생한 것은 여행지의 독특한 냄새와 그 냄새에 얽힌 감성적 기억이었다.”

 


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 분자 생물학, 분자 면역학, 미생물 면역 등 의학교육의 가르치고 있다. 1983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중년의 노교수이다. 대학소개 페이지에서 보이는 저자의 모습은 의사보다는 소설이나 시를 쓸 것 같은 문학인 같은 모습이었다. 노교수님 칭찬입니다.

 





냄새는 인간의 오감 중 하나인 후각으로 얻는 정보이다. 코안에 있는 점막이 공기 중에 퍼진 분자와 닿으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수중 생물들도 물속의 물질로 냄새를 감별할 수 있으며, 후각과 미각은 밀접한 관계를 한다. 예전 교양 프로그램에서 코를 막고 매운 것이나 짜거나 단것을 먹으면 그냥 먹을 때보다 감각이 약해진다는 것을 얼핏 본 기억이 난다. 후각에 대한 기능을 살펴보다 보니, 저자의 연구 분야와 상당히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험으로 느낀 것은, 나이가 들면서 오감 중 감성이나 상상을 자극하는 부분이 변하더라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미각적인 부분이 큰 자극이었다면, 청년기에는 시각으로 보이는 것이 큰 자극이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들고 사색의 시간이 늘고, 자극적인 일이나 음식을 피하다 보니 냄새로 느끼는 감성이 매우 커지는 것 같다. 따로 시간이 되면 인간의 나이에 비례하여 어떤 감각이 더욱 두드러지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명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클래식을 들으면서도 휴식을 취한다. 그중에서 가장 의학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로마테라피 같은 향을 이용한 휴식이다.

 





고대 이래 인간의 감각은 철학의 중요한 주제였다. 감각과 그에 따른 지각이 진리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지적하기도 했다. 감각이 진리가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무엇을 통해 진리의 개념을 알게 되었는가?” 개인적으로 에피쿠로스의 자유와 행복에 대한 철학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에필로그의 이 한 줄의 문장이 책의 주제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 같다. 후각과 환상에서는 저자의 여행지와 삽화가 나올 때마다 그 부분에서 상상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기는 책이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냄새는 느끼는 사진은 정말 낭만적이다. 한 세대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향수>, 트란 앙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항기>에 무척이나 동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의 말이 참으로 인상 깊다. ‘여행 대부분을 함께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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