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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평점 :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제노비스는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이나 3번에 걸쳐 칼에 찔려 비명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범인은 윈스턴 모즐리였다. 그는 밤늦게 집을 나와 그냥 여자를 하나 골라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죽일 여자를 물색하다가 제노비스를 택했다. 6일 후 다른 절도 혐의로 체포되기까지 40건의 절도와 두 여성을 살인 강간했다고 한다.

1964년 3월 27일 『뉴욕타임스』가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라는 기사로 사건을 크게 다루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히게 된다. 정상적인 남녀 38명이 창가에 서서 희생자가 30분 동안 비명을 지르는데도 구조는커녕 고함, 신고조차 하지 않은 이 일에 모든 매체와 시민들은 분노하게 된다. 이 사건은 ‘방관자 효과’의 사례로 사회심리학에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38명의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범죄자들도 아니었고, 사람에 대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시민성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연구의 결과는 ‘책임의 분산’효과 즉, 저 정도의 사건이면 누군가 벌써 신고했겠지라는 이유여서였다. 이 책임감 분산은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커진다.

착한 사마리아 인 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법은 도덕에서 최소한 강제적으로 지켜야 하는 행위를 정해놓은 것이다. 사마리아 인의 법은 신약성경 누가복음서 10장 30절~37절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나 상처를 입고 길가에 버려졌는데, 동족인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유대인에게 멸시받던 사마리아 인이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에서 구조해준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을, 멸시받고 소외당한 사람이 헌신적으로 행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 법을 형법에서도 적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처치 중 본의 아닌 과실로 인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거나, 손해를 입혔을 때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는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얼마 전 KBS 교양프로그램 ‘쌤과함께’에서 학교폭력 예방법에 대해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외국에서 효과를 본 방법,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강화, 경찰 캠페인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지금은 사라진 ‘안돼’라는 구호를 외치는 캠페인이 방영되었는데, 북유럽 같은 선진국의 생각과 다른 우리나라 학생에게 저 구호를 시킨 것은 정말 탁상공론의 끝이었다 하겠다. 실제 한 명의 학교경찰이 3개 이상의 학교를 맡는다고 한다. 그것도 몇 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적응할 때쯤이면 그나마 전근을 해야 한다. 탁상공론과 효율 없는 경찰로는 예방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학우를 그냥 모른척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학교폭력을 행하는 학생의 감시가 되는 것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으면 범죄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자가 되었을 때, 결국은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