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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 7조 - 정치 격동의 시대, 조은산이 국민 앞에 바치는 충직한 격서
조은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8월
평점 :

《 塵人 조은산이 시무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
一.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二.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三.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四.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五.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六.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七.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2020년 8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하나의 청원 문이 올라온다. 2020년 9월 26일 마감까지 437,820명이 서명하고, 청와대에서 답변하였다. 신라 시대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올린 ‘시무 10조’, 고려 시대 최승로가 성종에게 ‘시무 28조’를 건의한 것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한다. 시무(時務)는 그 시대에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일을 말한다.
저자 전인 조은산은 필명으로, 1982년생(40세)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낮에는 직장생활 밤에는 글을 쓰며 생활한다. 산 사람을 만나는 일에 종사한다고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산림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은 1장 시대단상, 2장 월하백서, 3장 국민청원 상소문의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책의 분류는 사회비평/한국사회비평인데, 읽은 소감으로는 조은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사람의 일상적 에세이게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1장의 시대단상에서는 일상의 모습 속에서 아빠로서의 자신과 거리의 사람들, 주변의 사람들과 매체에 보이는 사람들의 생각들을 주로 비평하고 있다. 핵심은 행정집행의 절차상 정의가 훼손되었다고 보고 있고, 검찰 개혁을 역사의 사건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예로부터 감찰의 업무나, 기록하는 사관에 관해서는 왕이라도 함부로 간섭해서는 아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립 되어있다. 입법, 사법, 행정으로 말이다. 입법의 수장은 국회의장이고, 사법의 수장은 대법원장이다. 행정은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맞고 있다. 검찰은 사법권 아래가 아니라, 대통령과 법무부의 산하 기관이다. 저자는 검찰을 개혁하는 일 자체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허다하다.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이 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자유당 시절에는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다. 그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에 힘을 실어준 것 또한 사실이다. 변화하지 않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검찰 개혁에 관한 저자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은 그 시점이 조금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읽은 부르주아 풍자를 한 책이 생각이 난다. 풍자에는 직접적인 단어를 피하고 언어의 유희로서 묘사하는 것이 주가 된다. 현대어와 한자어와 고시 대적 문체들은 조금 따로 섞여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한가지 문체로만 쓰였다면 더욱 쉽게 표현되지 않았을까 한다. 제기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옳은 말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고쳐야 하고 그것을 정치권에만 맡겨두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투표권만이 국민이 가진 권리가 아니다. 저자처럼 꾸준히 목소릴 내어서 외치는 것이 또 다른 국민의 권리인 것이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열성유전자 정치권은 스스로 도태되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