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원의 도시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1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미국 1933~ 89세)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서부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로 주된 배경이 남부 멕시코와 국경지대가 많다. 개성적인 인물묘사, 시적인 문체, 대담한 상상력 등이 유명하다. 거의 은둔하다시피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터뷰에서는 대단히 화술이 뛰어난 작가라고 한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작가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5년 그의 나이 73세 때의 작품이며,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로드’는 2006년 74세의 나이 때다. 주요 작품의 시작이 되는 국경 3부작 역시 1992~1998간의 작품으로 60세 이후의 작품들이다. 보통 대문호들은 70이면 만년의 작품을 끝으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매카시의 경우는 70 이후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의 문학에는 세월의 연륜이 가득 묻어있고, 사회적 문제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빼 먹을 수가 없다. 세기의 영화제라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제하고서라도, 영화는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았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박나래와의 친인척 설은 예능에서 아주 유명하다. 이 작품의 사실상 주된 주인공이며 사이코패스 킬러 연기의 모범 답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논리나 생각 따위는 중요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논리만이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 바로 매카시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누가 나쁘고 좋은지 설명 없이 건조한 남부 텍사스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는데,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영화이다. 그런데도, 평론가와 관객의 폭발적인 극찬을 받았다. 박하기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도 별 다섯 개를 주며 ‘밀러스 크로싱의 가치와 파고의 재미에 삶의 철학까지’라는 논평을 남겼다.

『평원의 도시들』은 국경 3부작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며 1998년에 출간되었다. 전작 『국경을 넘어』, 『모두 다 예쁜 말들』의 주인공이 성장하여 등장한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어지나, 책의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전편에 상관없이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책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무대로 한다. 서부개척시대는 인디오와 충돌 멕시코와의 전쟁 등 핏빛 역사의 덩어리들이다. 전작에서의 존 그래디와 빌리 파햄은 목장에서 말을 키우고 가축을 돌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형적 서부 카우보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매카시 특유의 문체가 돋보인다. 서론이나 배경의 설명 없이 바로 본론을 말하는 불친절한 느낌이다. 또한, 문장들이 아주 간결하다. 소설보다는 인문학 서적에 익숙한 본인에게는 비유 없이 바로 본론부터 묘사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고 책을 읽기가 더욱 수월했다. 또한, 저자의 책에는 유명한 말 따옴표가 없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만큼 간결하게 사실만을 전달하는 문체를 소유한 작가이다.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는 여전히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폭력적인 현실의 모습을 건조하게 묘사한다. 우리가 영화로 접했던 서부 총잡이의 낭만은 그저 가상으로 만들어진 모습일 뿐이다. 미국의 역사는 신대륙의 정착과 정복의 역사가 절반을 차지한다. 인디오와의 전쟁, 다른 유럽 열강과의 전쟁, 멕시코와의 전쟁 등 숱한 죽은 자들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국가이다. 3편의 중요 인물로 매음굴에서 몸을 파는 창녀 막델레나가 등장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여제자 마리아 막델레나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저자의 생각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성경의 마리아 막델레나는 예수님을 만나고 비극을 끝내고 부활한다. 그러나 소설 속의 막델레나는 경찰에게까지 강간당하고 포주에게 되팔리는 비극의 끝을 달린다. 그녀를 그래디가 구하려고 하고, 빌리까지 동참하고 행동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마리아 막델레나는 예수님의 제자이지만 남성 우월과 구세대적 교리를 벗어나지 못한 가톨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소설 또한 대단원의 희극이 아니라 지독히 정직하고 잔인한 현실을 묘사하며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