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교유서가 소설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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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서울출생 (1972~ 50).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으로 안녕, 레나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가 있으며 일간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문고 사이트에서 살펴본 저자의 책들은 산문집과 단편소설 그리고 평론집 위주로 검색이 되었다. 산문을 잘 쓰는 저자인 것 같았다.

 





출판사의 이름이 참으로 멋스러운데, 교유서가는 조선의 학자 허균의(교산)과 정약용의(여유당)을 집자하여 만든 이름이라 한다. 두 학자의 호를 사용한 것은 품격 있고 알찬(실학) 인문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겠다는 다짐으로 나와 있다.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교양서적을 전문인 만큼 MSG의 맛이 아닌,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순수한 문학을 기대할 만하다. 결국, 자본의 논리가 아닌 출판의 기본을 편다는 것이다.

 






저자의 17년 전 청춘 시절 글을 찾아보았다. 1972년 서울의 변두리 지역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상징이다.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출생신고를 한 것이 2004년 서른세 살의 작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말하는 것이라 하였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였으나 기억하는 것은 안개뿐이라고 말한다. 이십 대 술·담배도 모르는 지극한 성실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고, 연봉 9백의 첫 직장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살았다. IMF가 터지고 역설적으로 일을 잃고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쓴 단편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그 후 소설을 모아 2004년에 발표한 책이 안녕, 레나였다. 저자의 소설은 화려하지 않다. 젊은 세대들 사이의 주류를 이루는 엽기, , 드라이한 인물들도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대가 놓치는 것들을 저자는 다른 시선으로 써낼 수 있었다. 자전거 타는 여자에서 식물인가인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그렇게 연습해도 안 되던 어머니의 자전거 타기가 가능해진다. 그 모습을 보며 딸은 갑자기 구토하게 된다. 어머니의 홀가분함과 딸의 죄책감이 겹쳐 표현한 것인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그 안엔 현상과 괴리되는 저자의 시선과 철학이 담겨있다. 이런 저자의 약력을 알게 되니, 교유 서가에서 왜 1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며 이번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를 대표 제목으로 하여, 책은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처음 만나는 글이 외출이다. 책을 읽기 전 본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2004년 이후 17년 만의 출간 그 시작이 외출이라고 말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절대 가볍지 않은 일상의 주제들을 만나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 글처럼 20년도 전에 쓴 소설을 다시 꺼내놓는다는 표현이 이해가 되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빈부의 양극화 고립의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에 읽은 톨스토이 부활을 생각해본다. 100년 전의 러시아 농민의 삶과 법을 다루는 자들의 형식적인 모습은 지금의 시대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100년의 역사 동안 인간은 지적 과학의 발전은 살아온 세월을 뛰어넘었으나, 인간 근본에 대한 철학과 사상은 오히려 퇴보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 근본에 대한 성찰의 실패는 결국 공동체로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자 섭리이다.

 





서른 전후의 나이에 썼던 소설을 다시 읽고 고치면서,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놓은 거리를 내내 가늠했다. 더디게 걸었으되 다른 길에서 헤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깊어졌다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깊고 큰마음은 처음 출발하던 그 자리에 여전히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하여 나는 이제 이 소설책에 시작하던 나의 마음을 함께 묶는다. 그러하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고, 나의 시작이고, 나의 길이다.” 17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저자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17년을 기다려온 문학동네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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