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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아말 엘모흐타르, 캐나다의 시인이자 소설가. 온타리오주 오타와시에서 레바논계 이민 2세로 태어나 스스로를 “캐나다에서 태어난 지중해의 딸”로 소개하는 엘모흐타르는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레바논의 베이루트로 이주, 2년 동안 거주하다가 캐나다로 돌아왔다. 「유리와 철의 계절(Seasons of Glass and Iron)」로 이듬해 네뷸러상과 휴고상, 로커스상의 단편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맥스 글래드스턴, 미국의 소설가.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예일 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이후 여행안내자 및 중국 잡지사의 통역, 번역가, 편집자 등 여러 직업을 경험했다. SF 팬 모임에서 만난 아말 엘모흐타르와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다가 서신 왕래 자체를 소설로 발전시켜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후 2020년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를 함께 집필하여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은 두 작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책은 세 가지의 색으로 쓰여 있는데, 검은색의 배경과 붉은색 레드의 편지, 푸른색 블루의 편지로 되어있다.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는가는 중요치 않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 방식은 놀랍도록 흥미롭다. 상상해보건대 공동 집필이었다면, 같이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그러면 두 사람이 썼지만 결국은 하나의 생각으로 합쳐지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소개에도 쓰여있듯이 편지를 받기 전에는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편지를 받으면 그에 대해서 정해진 시간에서 상상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답하려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책을 읽다 보면 나오는 각종 설정이나 상황에서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보통의 소설책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두께의 책이 새로운 이야기 전개법에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어릴 적 바나나를 처음 먹던 그러한 느낌을 이 책에서 받았다. 지금에야 너무나 흔한 과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미국 출장 다녀온 아빠가 있는 집이 아니고서는 텔레비전으로도 잘 보지 못하던 그런 과일이었다.

이야기는 생태학적인 ‘가든’이라는 조직과 기계문명인 ‘에이전시’의 대결이 기본 구도이다.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인간의 역사에 간섭하며 공격하고 방어하는 이야기이다. 고대 로마부터 근대사회 미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존재하는 곳엔 언제나 그들의 대결이 있다. 그리고 항상 둘의 편지가 놓여있다. 편지는 스릴소설에 시적인 낭만을 부여해주는 그런 느낌의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편지를 보낸 자신을 적은 것이다. 애정을 듬뿍 담아서, 답장을 고대하며,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며, 행복을 빌며, 너의 것, 사랑을 담아서, 너의 사랑…. 편지의 앞글은 이렇게 변화해간다. 분명 한 조직이 전멸하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전쟁이고, 그 반대의 진영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둘인데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김유신과 계백의 그런 느낌도 아니다. 이것은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또 다른 감정이다.
긴박하고 흥미로운 소설을 읽으며 낭만적인 느낌을 받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왜 그토록 이 소설을 극찬했는지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전쟁 이 두 단어만으로도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가? 제대로 된 SF소설 한 권이 필요하다면 두말없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