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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저자는 1930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여원]편집국장 및 주간 중앙일보사출판국 주간, [주부생활]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독자적으로 여성 교양월간지 [신여상]을 창간했다.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잡지 편집자로서 여러 대학에서 '잡지편집론'을 강의했다. 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상무이사로 재직하다가 1995년 암으로 타계했다. 이 책 [편집자의 세계]는 1986년 보성사에서 첫 출판 되었다. 무려 3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편집자들의 세계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하는 편집자를 두루 소개하는 책이다. 출간된 시점이 군부독재의 시대임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용기도 필요하고, 자유 언론에 대한 저자의 동경도 묻어나는 것 같다. 추천사의 말처럼 정말 한 페이지 공들여 쓰지 않은 것이 없다. 저자의 이런 작업은 당시 열악한 상황의 편집자들을 보듬고, 다음 세대의 편집자들을 키워내기 위한 꿈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편집자론은 한마디로 중매자이다. 중매자(매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혼인을 중매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출판사와 작가의 사이에서 양쪽 집의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출판을 성사하는 그러한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신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경력들은 결국 실력으로 인정받게 된다. 위대한 편집자로 불리게 되는 것으로 말이다.

그는 나에게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했고, 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나를 만들었다. 그는 나의 편집자였다. <존 스타이벡>퍼킨스는 나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충실한 친구였으며, 인생과 문학 양쪽에 걸쳐서 가장 현명한 조언자였습니다. 문장을 단 한 줄도 삭제하거나, 다시 쓰도록 말한 적이 없는 ‘머리가 숙여질 정도로 훌륭한 편집자’였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위대한 작가들이 그들의 편집자들에게 남기는 말들이다. 저자의 말처럼 편집자가 매파라면, 두 가문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아이는 태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헤밍웨이의 스타이벡의 편집자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들의 걸작을 읽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랜덤하우스 설립자이며 모던 라이브러리 편집자인 ‘행운을 몰고 다닌 영원한 낙천가’ 베넷 세르프의 이야기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한없는 낙천가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거야말고 출판의 마음이고 정신이며, 출판인으로서의 보람이고 기쁨이다.” 출판의 자유를 위해 법정에서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은 그는 미국 출판계의 양심이며 대변자였다고 한다. 신념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한다.
이렇게 15명이나 되는 편집자들의 이야기가 정성스럽게 쓰여있다. 누구의 이름이 나오던 배우고 존경할 부분이 없는 사람이 없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건지면 스스로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는 15명의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잊힐 수도 있었던 고정기 편집자의 책을 다시 출판하여 준 페이퍼로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집자의 세계 표지에 <The NEW YORKER>가 왜 그려져 있을까? 세계 패션, 매체, 금융의 메카는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바로 뉴욕이다. 뉴욕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1851년 창간된 <뉴욕타임스>이다. 발행 부수는 200만이 안 되지만, 세계여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이다. 특히나 대중문화예술 평론에는 입지적인 언론사이다. 2015년 기준 퓰리처상을 117회로 최다 수상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