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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화살 - 작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꿨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평점 :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는 의사이자 사회학자이다. 예일대에서 생물학 학사 학위를,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 학위와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통섭형 학자다. 하버드 의대에서 13년간 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예일대 휴먼네이처 연구소 소장으로 지내며, 예일대에서 뛰어난 교수에게 주는 지위인 스털링 교수로 의과대, 사회학과, 생태·진화생물학과, 통계·데이터과학과, 생체의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9년에는 《타임》에서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와 이듬해 2년 연속 《포린 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지성’에 이름을 올렸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21세기는 통섭의 시대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학업능력과 스펙을 제하고도 입이 벌어지는 지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제목이 신의 화살인데, 인상적인 추천사가 있다. “나는 신들이 이 책을 쓰게 하려고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를 창조했다고 말하고 싶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책은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 팬더믹을 주제로 시작합니다. 2020년 작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꿨는가? 그리고 이 일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고 시작한다. 트로이전쟁은 인간들의 전쟁인 동시에 신들의 전쟁이었다. 태양신 아폴론은 은 활을 겨누고 화살을 빗발치듯 퍼부어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을 안겼다.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해 가서 풀어주지 않은 데 대한 벌이었다. 책의 제목이 한 번에 이해되었다. 3000년 전 신의 화살에 아무런 대책 없었듯이, 지금의 팬더믹 또한 어떤 과학으로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의 이 비유는 정말 낭만적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니 암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이러스(Virus)는 유기체의 살아있는 세포를 통해서만 생명 활동을 하는 존재이다. 비활성화로 존재하다가 세포와 접촉하면 기생하여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유전자정보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있기에, 아직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정도로 취급한다. 인류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는 또한 세균과도 엄연히 다른 존재다. 세균은 온전한 생물이며 단독으로 자기 복제 번식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다. 세균보다 더 작은 존재이기에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에야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이 백 년도 안 된단 말이다. 인류 역사 수만 년 동안 진정 신의 저주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주 작은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는다” 책의 집필을 완료한 시점이 2021년 6월이다. 현재 델타 변이가 백신을 무력화하는 시점에 이른 것을 본다면 책의 내용보다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로 군림해온 인류를 무소불위의 파괴를 일삼았다. 공장식 축산, 해양오염, 벌목, 생태계 파괴, 전쟁 등 일로 말할 수 없는 죄를 지어왔다.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었던 광기를 아주 작은 바이러스가 한순간에 멈추게 했다. 바이러스의 존재는 그 시간을 알 수 없다. 인류 이전에도 인류의 진화과정에서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전 세계적인 범유행이 된 것일까? 책은 50년이나 100년의 주기를 두고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갈 때쯤 되풀이해 찾아오는 전염병이라고 한다. 2020년에 벌어진 사건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이다.

책은 인류 역사의 전염병 사건과 코로나 1년 6개월 동안의 기록, 그로 인한 피해실태와 방역 등 여러 방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공포와 거짓말이 난무하고, 인종차별과 마녀사냥 등의 절망적인 모습을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의 공동체를 향한 선한 의지에 희망을 보고 있다. 이 사태를 바르게 인식하고 함께 헤쳐나갈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책은 분명 전염병의 종식은 온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19세기 제국주의 민족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최근 백신 민족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강대국이 백신을 선점하고, 소국은 그저 무기력하게 백신 식민지가 될 뿐이다. 백신과 치료제는 이제 제국의 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아픈 역사가 있는 나라이다. 36년간 일제강점기를 보냈으니 말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는 또 한 번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시 백신 제국의 식민지가 되느냐 스스로 헤쳐나가냐의 갈림길에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