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읽는 기술 - 문학의 줄기를 잡다
박경서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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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연구로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번역가이자 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열린책들 창간 35주년을 기념하여 중단편 시리즈가 출간되었는데, 발맞추어 출간되어 너무 반가운 책이다.

 


NOON 세트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MIDNIGHT 세트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본문에서 세 작품이나 해설하고 있다. 그래서 시리즈를 읽기 전에 아주 기대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 소개처럼 그림, 음악, 책은 배경을 알면 더 재미있다. 혹은 그 뒷이야기를 알았을 때 반전의 재미도 있다.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중세의 서양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의 지식이 필수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칸트같은 특별한 무신론자는 빼고서라도 말이다. 그와 더불어 현대사회의 시점이 아닌 당시의 신분제, 상공업, 국가 간의 분쟁 등 통합적인 이해가 있을 때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테 베르테르의 슬픔을 이야기해 보자. 유부녀를 사랑하고 이루지 못해 자살을 끝을 내는 이야기다. 현재의 시점으로 보자면 사랑은 죄가 아니잖아라는 그냥 아주 흔히 접하는 이야기 소재이다. 그러나 괴테가 살던 당시의 엄격한 가톨릭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못 할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그 시대를 이해하지 않고 지금 읽는다면 머 이런 내용이 천재의 소설인가? 라는 의문도 생길지 모른다.

 



책은 역사의 흐름대로 문학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고대의 플라톤부터 고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적인 문학들을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시대상이 문학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말하고, 2부는 문학의 표현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일 많은 비중을 두는 3부는 문학이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노인과 바다, 이방인, 위대한 유산 이런 제목만 보아도 어떠한 이야기가 중심인지를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괴테와 니체의 작품이 실려있어서 너무 좋았고, 위대한 유산, 위대한 개츠비 또한 너무 좋았다. 특히 두 작품 같은 경우는 워낙 영화로도 성공한 작품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이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저자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아보자. 지독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개츠비는 데이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비현실적인 선택까지 보여준다. 돈을 위해서는 사랑을 버리는 나는 톰을 사랑하고 개츠비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이지.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상식으로 보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1920년대 아메리칸 드림과 정신보다 물질이 위대하다 여기던 시대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츠비의 끝도 없는 순수한 사랑이 위대한 것인가? 개츠비의 그 화려한 자동차와 돈이 위대한 것인가? 소설은 재미가 먼저인가? 작가의 문학적 메시지가 먼저인가? 모든 배경지식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한 다음 독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남긴다. 나는 벌써 대답했다. 다음 대답은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몫일 것이다. 천명의 독자에게는 천 가지의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소설이 아니라 교양서적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경우는 또 오랜만이었다. 저자의 배경 설명에서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고, 저자의 풀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또 다른 풀이에는 반대도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독서토론 모임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너무 즐거웠는데, 요즘은 혼자 읽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나에게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었다. 책과 대화를 해보았는가? 이 책은 그게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 열린책들의 부활을 읽었다. 읽는 내내 2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종교와 1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법체계를 보면서 문학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2편을 내심 기대하게 된다. 작가의 문학적 메시지가 있는 책들도 살펴봐 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더불어 꾸준히 인문과 고전을 출간해주는 열린책들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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