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
쌍찐롱 지음, 박주은 옮김 / 다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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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쌍찐롱은 사천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출판사 편집부에서 편집 및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인문역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실제 중국인이 쓴 인문 서적이다.

 

제갈량 (181~234) 자는 공명, 촉한 승상. 정사에서는 유비 생전에 승상보다 위인 상국을 제수받았다고 나온다. 후한말 동탁이 스스로 상국이라 칭하였는데, 이는 황제의 양아버지이자 벼슬 위에 최고 벼슬이었다. 연의를 읽다 보면 오호 대장군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 같은 맹장들이 더 뛰어난 활약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쟁은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전술과 전력이다. 국지적인 전투에서 전술과 전황 전체의 상황인 전략이 있다. 전술적인 승리가 결국은 전략적인 승리로까지 가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수백 차례 전술적인 승리를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지면 그 전쟁은 진 것이다. 항우가 수많은 승리를 하고도 끝내 유방에게 진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촉한의 전략을 모두 주도한 제갈량이 얼마나 대단한 인문인지를 알 것이다.

 

책은 총 6장에 걸쳐 대주제와 그와 상응하는 소주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갈량의 일화를 소개하고, 해석하고 그것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를 저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재미있는 부분이 연의를 읽을 때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사건의 정교함이 떨어졌다면, 이번 책은 사건 하나마다 굉장한 세심하게 쓰고 있다. 그래서 제갈량이 그 당시 왜 그러한 행동을 해야 했던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정사보다는 연의의 내용을 가지고 썼기 때문에 더욱 신묘롭게 비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나 제11<융중대>이다. 제갈량이 10년 가까이 은거하며 시대를 고민한 끝에 얻은 중요한 결론이다. 천하 형세를 비교, 분석하여 향후 발전 양상을 예측한 다음 방책과 임무, 전략 등을 젊은 지략가 제갈량의 작품이다. 곧 제갈량의 지략들은 그냥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이루고 싶은 일에 마음만 앞서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지 못하다면 역사의 시류에 쓸려 무의미하게 묻혀버릴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아무래도 봉추(방통)의 이야기다. 제갈량과 방통은 와룡봉추라고 불렸다.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라는 뜻으로, 누운 용은 풍운을 만나 하늘로 올라가는 힘을 가지고 있고, 봉황은 새끼는 장차 자라서 반드시 봉황이 되므로, 때를 기다리는 호걸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방통을 추천하고, 방통은 익주를 도모할 계략을 제시한다. 유비의 입촉을 함께 수행하던 방통은, 낙성으로 향하던 차에 천문의 징조가 좋지 않다는 제갈량의 서신을 받고도, 공을 시기한 제갈량의 관계로 생각하고 자만하여 좁을 길로 향하다 장임의 습격을 받고 전사한다. 인재를 알아보고 그의 장점을 활용한 것은 훌륭하였으나, 방통은 당시 미생의 신분이었다. 이제 막 유비 밑에서 열심히 일하려고 하다 보니 공과 자만심에 눈이 멀었고, 천거한 자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부분에서는 제갈량에게 아주 아쉬웠다.

 


이 책은 표지도 멋지지만, 각 페이지에 있는 문양이 마치 병법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손에 펼쳐 들고 서서 읽으면 마치 당시의 지략가가 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나는 냄새까지도 너무 좋다. 특히나 <다연출판사>의 조조전을 읽는 중인데, 이런 훌륭한 책들을 출판해주는 것에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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