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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생리학 ㅣ 인간 생리학
앙리 모니에 지음, 김지현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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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화가, 연극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입증한 앙리 모니에는 ‘조제프 프뤼돔’이라는 인물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전형을 묘사해낸다. 이 책, 『부르주아 생리학』에서 모니에는 부르주아의 다양한 생활상을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 자신이 부르주아이기도 한 작가가 이처럼 부르주아를 분석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날카로운 지성과 주저하지 않는 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지 않고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풍자는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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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의 어원은 프랑스어 <bourgeoisie>로 성안에 거주하는 상공인 계층을 이른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 카를 마르크스의 <Marxism>에서 많은 자본을 가진 유산계급을 부르기 위해 사용한 이래로, 상류사회를 지칭하며 계급을 나누는 말이 됩니다. 프롤레타리아 노동력 외에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 즉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근로자, 노동자를 칭하는 말입니다. 프롤레타리아의 어원은 라틴어로<proletarius> 자식 말고는 재산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지주라 하여 사실상 땅을 가지고 소작농을 부린 사회 계층이 존재했다. 광복 이후 양반제 신분제가 철폐되었지만, 지주층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작농들의 반감에 의해 사라지거나 목숨을 잃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자연의 생산수단을 무단점거한 이들은 청산의 대상이 되었다. 삼성의 주식을 사면서 회장을 욕하지 않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프랑스 혁명의 시기 지식을 습득하여 선두에 선 자들이 부르주아였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자들이 신진사대부들이다. 그들 역시 다양한 계층의 지주, 중인, 권문세가 등 다양했지만 유학이라는 지식을 가지고 혁명에 성공했다. 신라에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가장 농민에게 가혹했던 시대를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조선을 택할 것이다. 섣부른 지식이 권력을 가졌을 때 그것보다 더한 폭력이 없었다. 토지의 재분배를 통한 평등한 사회를 추구했던 마르크스의 이론은, 섣부른 지식을 가진 폭력주의자들에 의해 공산주의가 되었고 최악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책의 내용 중에 다음 부분이 가장 풍자답고 마음에 들어왔다. 어느 날 영국인 박애주의자 한 명이 다음과 같은 공리를 유행하게 했다. “사람은 자신의 동류에 의해서만 심판되어야 한다.” 이 원칙의 결과로 배심원단이 고안되었다. 원칙대로라면 도둑은 도둑만이 심판해야 하고, 살인자는 또 다른 살인자가 심판해야 옳다. 그렇지만 배심원석에 앉아있는 것은 부르주아들이다. 양심과 식견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 자들이 법을 집행한다. 우스운 세상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변질되었는 지강헌의 한마디를 통해 알 수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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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무리는 마지막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부르주아라는 단어는 하나의 명칭, 하나의 의미, 하나의 호칭이 아니다. 아틀리에서 가장 모욕적인 단어다. 어떠한 신통찮은 화가라도 부르주아로 취급되기보다 차라리 가장 끔찍한 흉악범으로 불리는 것이 천 배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듣고 있나 부르주아 반성하지 않는 계층은 역사가 어떻게 심판했는지를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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