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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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소프트웨어 외주 개발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트위터에 간간이 개그와 역사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만화를 그리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우연히 주목을 받아 이렇게 책이 한 권 나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책으로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의 인기였는지 상상이 됩니다. 받은 책을 처음 펼쳐보았을 때 받은 느낌은 표지는 녹색인데 노랑의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성당을 다니고 있기에, 수녀원 이야기라는 제목이 시선을 확 끌었습니다. 한여름에도 회색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여성분들을 많이 보실 겁니다. 그러면 남자는 신부님이고 여자는 수녀님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성당 안에서 미사나 관리하시는 일을 맡으신 분을 신부님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수도사로 살기를 선택한 분들을 남성은 수사, 여성은 수녀라고 칭하며 수도복을 입고 다닙니다. 수녀님들이 지역에 봉사를 많이 나오시기에 수사님들보다 훨씬 많이 접합니다. 스님들처럼 속세가 아닌 수도회에서 기도와 수련으로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유럽에서는 수도회에 계신 분들이 높게 평가되고 인정받습니다. 그럼 이제 이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녀입니다. 무대는 AD 1300년 영국 링컨셔의 한 수녀원에서 벌어진 어쩌면 작고 잊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보기 쉬운 웹툰에 장을 마무리하는 곳엔 부연설명과 삽화로서 전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림은 무척이나 귀엽고, 이야기도 아기자기한데 파격적입니다. 책을 한 장 넘기면서 작가는 어떻게 이런 소재를 발견해서 이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에 매료되었습니다. 가볍게 간간이 그린 개그라기에는 묘한 울림을 줍니다. 소설이나 역사서로 내었다면 어떠했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이 만화가 주는 가벼움이 오히려 더 읽힘과 동감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악마는 드레스를 입는다. 익숙한 문장이라 이 부분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중세 잉글랜드의 가톨릭교회에서는 수녀들을 유혹하여 타락하게 하는 악마가 셋이 있다고 종종 이야기하는데, 춤과 반려동물 그리고 패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수녀들은 항상 최신 패션 동향에 귀를 기울였고, 세속 여인들의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온갖 장신구,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유행하는 머리 모양, 그리고 드레스까지. 이런 패션에 열심인 수녀들을 단속하기 위해 교구에서는 금지 목록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시도까지 합니다. 패션과의 전쟁.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 봤던 드라마 ‘동이’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평생을 궁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궁녀들이 장신구와 패션에 집착하는 장면입니다. 감찰궁녀들이 달에 한 번씩 숙소를 검열하는 데, 여기저기에서 갖가지 들이 나오고 걸립니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수녀들도 사제 이전에 사람인 것을 말입니다. 



소소한 역사 이야기를 통해 당시 작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또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생각은 고대로 저에게 전해졌습니다. 큰 줄기의 세계사에만 익숙했던 본인에게 새로운 미세의 세계였고, 다른 시선으로 역사를 인식할 수 있게 도움을 줬습니다. 역사는 위대한 왕과, 위대한 자들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책을 덮고 나면 정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 ‘수녀원 이야기’ 읽는 피서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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