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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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에 앞서, 먼저 버지니아 울프를 알고 가야 합니다. 안미선 작가의 인생 전반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1882~1941)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궈 놓은 선구적 페미니스트. 울프는 그동안 남성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 온 소설작법에서 벗어나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된 질서를 뛰어넘어 단순히 여성 해방의 차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간 해방의 깊은 문학을 지향했다. 여성이 작가가 되기 어려운 시절에 당대의 지성인들과 당당히 논했다.​



책은 얼핏 보면 건축물인 집의 이야기 갔지만, 한 여성이 집을 비유해서 또는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적은 이야기입니다. 여성을 위해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오고 행동을 해온 저자가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원을 향해 거꾸로 여행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곳은 살았던 곳이고, 살았다는 것은 당시 무언가를 했었다는 말이 됩니다. 저자의 가슴 깊숙이 튼튼하게 뿌리내린 여성을 위한 생각들이 어디서 왔는지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맞바꿀 수 없는 것은 이 집에 배인 자신의 시간이었다. 누런 벽마다 배어있는 식구들의 흔적이었다. 매년 자란 아이들의 키 높이대로 새로 난 눈금들이 있고, 손때가 묻어 있는 낡은 벽. 벽에서 차가운 외풍이 들어오고, 올가을부터 급기야 비가 새기 시작해서 누전의 위험까지 있는데도 어머니는 이 집을 사랑했다. 그 고집에 아버지가 항복을 선언할 정도였다.” 정치, 예술, 유명인도 아닌 어머니는 가족을 사랑한 주부였다. 그 어머니에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누런 벽에 배어있는 식구들의 흔적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항복을 선언할 만큼 집을 지키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덮으며 제목을 다시 생각합니다. 거울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주는 물건. 집이 거울이 된다면 살아왔던 집들은 내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나를 어떻게 비출 것인가? 생각해보았고, 그동안 살아왔던 집들을 더듬더듬 기억해 봤습니다. 책장 위에 오래된 앨범을 꺼내어 보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동네에서 다양한 집에 살았구나. 이때는 이렇게 웃었구나. 이때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용기가 있던 청춘이 머물렀던 곳이구나. 현재에 쫓겨 진짜 내 모습을 잠시 잃어버린 분이시라면, 잠시 책을 읽고 되살려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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