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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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상담가다. 건강 보건 센터와 감호 시설에서 오랜 기간 종사했다. 환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쓰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보긴 힘들었습니다. 편집자 안드레아 보틀링거는 도서학과 비교문학 전공자이며 출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르테르에서 해리포터까지 인류역사상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정신과 전문의가 소개한다는 것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받아 본 책도 문고판으로 가볍고 어디서나 읽기 좋은 크기였습니다. 어릴 적엔 제일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뺏기거나 배가 불러서 못 먹는 적을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책을 읽더라도 제일 재미있는 부분부터 찾아봅니다. 소설처럼 처음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골라보기가 좋습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역시나 처음 고른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줄리엣 – 정서 불안 인격 장애. 줄리엣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우선 당시 그녀가 사춘기 소녀였으며, 아직 성격이 완전히 발달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중2병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그로 말미암은 반항과 일탈 행위를 일컫습니다. ‘남과 다르다’ 또는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도 쓰입니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과도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중2병의 반항과 허세로 가능했다면 본인도 하고도 남겠다 생각하고 빵 터져버렸습니다. 한참을 웃고 또 웃었습니다.




“베르테르가 제때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베르테르가 정신과를 찾았다면 가장 먼저 거의 근접-거리 갈등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파헤쳤을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독일 문학사 최대의 작가로 꼽히며 저를 설레게 하는 천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5세의 젊은 나이에 쓴 초기작품인데 당시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가톨릭 문화가 엄격하던 당시의 시대상에서 유부녀를 사랑하고 자살로 마무리하는 이야기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괴테가 없었다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이태오의 명대사는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에 현대적인 정신과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이렇게 감사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전국의 드라마 시청자 여러분은 이 사실에 감동하셔야 합니다.



에피소드마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한 페이지마다 웃음보가 터졌고, 다음 장이 기대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고대와 중세 편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신가 전문의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너무 오래되어서 분석할 표본 자료가 적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서왕은 캐릭터가 없는, 멀린은 종잡을 수 없는…. 그냥 정신적인 분석 자체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좀 더 의학적인 용어로 글을 썼다면 독자들이 즐거웠을 텐데 말입니다.



문학사상에서 출판한 ‘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대중교통, 커피숍,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기다리며 읽은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면 함께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는 것입니다. 이 책으로 즐겁게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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