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 다섯수레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쓴 나카지마 아쓰시는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불우한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는 서른세 살의 미숙을 조금도 느낄 수 없다.“ - 추천사中

김광석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사회운동가 장르는 포크. 대구시 남구 대봉동 출생으로 명지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 후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그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나이가 서른둘입니다.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서 등을 누고도 미숙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직도 내 가슴속에 음유시인은 김광석뿐입니다. 추천사의 글처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과연 어떤 책을 남겼는지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산월기(山月記) 

”그래도 하루에 몇 시간 동안은 반드시 인간의 마음이 돌아온다네. 그때는 예전처럼 인간의 말도 할 수 있고 복잡한 사고도 견딜 수 있지. 경서의 장과 구절도 떠올라 읊조릴 수 있다네. 인간의 마음은 호랑이로서의 자신이 저지른 잔악한 행동을 깨닫고 자신의 운명을 돌이켜 볼 때가 가장 한심하고 두렵고 분하기도 하지. 그러나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그 몇 시간도 날이 거듭되면서 점차 줄어간다네.“

차라리 내안의 인간의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오히려 속 편한 일인지도 모르지. 이 한마디에서 저자는 호랑이가 된 이징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선택이었을 뿐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어떻게 호랑이가 되었는가? 그것을 왜 후회하고 있는가?


명인전(名人傳)

”아아 선생님께서……. 고금에 무쌍한 활의 명인이신 선생님께서 활을 완전히 잊으시다니! 아아, 이럴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 천재적인 작가는 무엇을 생각하고 적든 독자의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가르치려고 하는 교훈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이미 명인전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저 사색하는 것만 남아있음을 말하고 있다.


제자(弟子)

아우가 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스승이란 먼저 앞에 서서 걷는 자를 말한다. 자로는 그저 순수한 경애의 정만을 가지고 스승의 곁을 항상 따랐다. 자신이 믿는 신념의 옳고 그름을 재고 따른 것이 아니라, 그저 더 넓게 생각하는 스승의 가르침을 쫓아다닌 것이다. 자로는 언젠가 죽음에 관하여 스승에게 여쭤보았다. “아직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데, 어찌 죽음에 관해 알 수 있겠는가?” 자로는 탄복해 버렸다. 자로가 위나라로 되돌아있을 때, 병난이 발생했다. “나는 난을 피하고자 변절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네. 주인의 녹을 먹은 이상 그를 환난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네.” 자로는 그렇게 적의 칼날 아래에서도 선혈을 뒤집어쓰면서도 신념을 지켜냈다. 자로의 시체가 소금 절임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스승은 모든 젓갈류를 내다 버리고, 이후 일절 식탁에 젓갈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먼저 죽음을 맞이한 자로가 스승이 되었다. 앞 서 걷는 자가 스승이라 하였다. 자로는 스승인가? 제자인가?


이능()

“지금 눈앞에서 통곡하는 소무의 순수한 모습에서 이전에는 그저 소무의 강한 의지만이 보였는데 실은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조국 한나라에 대한 청렬하고 순한 애정 – 그것은 ‘의리’라든가 ‘절개’라든가 하는, 밖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억누르려고 해도 억누를 수 없이 용솟음쳐 나오는 가장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애정이 가득 담긴 것을 비로소 발견했다.”

충을 다한 신하의 가족을 도륙한 군왕을 끝까지 섬기는 것이 군자의 의리인가? 이능의 마지막까지 무엇하나 정확하게 선택하지 못한 이야기는, 국가의 이익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군국주의의 상식적이지 않은 이념을 개탄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결코 이념이 될 수 없다.


253페이지의 작은 책이지만 읽는 시간은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어렵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각 장을 읽을 때마다 많은 사색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어떤 것도 글로서 강요하지 않고, 오로지 독자에게 사색을 통한 자기만의 끝맺음을 하게끔 글을 썼다. 이러한 글쓰기에는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추천사의 말처럼, 단 한치의 미숙함도 느낄 수 없었고, 정말 천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구의 강요 없이 온전한 자기만의 사색을 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기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