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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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대우를 받을 여성의 권리가 편의에 따라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37면)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는 존중받을 요소지 어느 쪽이든 폄하당하거나 기회를 제한받을 요소가 아니다. 성별 분류는… 과거처럼 여성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열등성을 만들어내거나 지속시키는 데 이용해서는 안된다. (52면)

두꺼운 유리천장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험하고 한껏 뚫고 올라간 긴즈버그 대법관. 1부를 통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은 불평등의 사례와 기존 법을 기초하여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해결하려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여태껏 나는 불평등은 불합리한 대우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고, 마치 “억울하다”고 느끼는 경험이나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레이그 대 보런(1976)> 케이스에서 오클라호마주 법은 여성이 남성보다 어린 나이에 저알코올 맥주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건인데 어찌보면 혜택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긴즈버그는 의견서를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한 일반화에 근거해서 성별에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문제 있음을 강조했다. 혜택도 결국 차별이므로, “여성을 위한 진정한 평등, 만인의 평등에 초점을 맞춘” 이 의견서는 내가 가진 안이한 사고방식을 깨부수는 듯했다.
최근 개인적으로 불합리한 경험을 하게 되어 소위 이불킥을 할만큼 분한 감정에 빠져있었다. 그 때 배우자는 “어제의 경험을 비로소 내일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위로했다. 마치 책속에 쓰여진 “과거의 차별을 최대한 제거하”고, “미래의 유사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지라 책을 읽으며 진정한 해결책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과거 긴즈버그 대법관 같은 분들이 유리천장을 들이받아(!) 주셨기 때문에 내가 겪는 불평등의 폭과 깊이가 나아졌으리라 생각된다. 아직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신 출산의 자유 역시 여자를 사회, 문화적인 기준에 맞춰 그 역할을 해석했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양 극에서 옥신각신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책 속에 쓰여진 과거의 판례를 통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차별이라는 단어를 해석할지 좀더 고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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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살림 탐구 - 홀가분한 일상을 위한 살림 노하우북
정이숙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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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진짜 목적은 가족 모두의 행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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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짝꿍도 정리벽이 있는 편이다. 생각엔 짝꿍이 한 수 위인거 같지만 그래도 각자 정리의 성격과 영역이 명확해서 매주 일요일 실행하는 집안 청소 역시 깔끔함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거시적인 것! 세세하게 틈새를 보면 사실 눈감고 아웅하는 꼴이다. 말 그대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의 서평단 모집이 있을때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양식에 적어보냈다.

책은 각 특성에 따라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쓰여있는데 나는 두번째 “심플한 살림” 부분을 주의깊게 읽었다. 짝꿍이 매번 “우리 좀 더 버려야할 것 같은데”라고 얘기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효율적으로 정리를 잘하면 버릴것이 많아 보이는 살림도 실상은 정리가 안되서 너저분해보였다는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남는 책꽂이로 후라이팬과 뚜껑 등을 정리해보았다. (두번째 사진 참조!)

이처럼 이 책은 소소한 부분부터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과 함께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나름 살림왕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고수를 만나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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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처음이라 - 가볍게 시작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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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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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공부가 현실 생활의 안정을 준다면, 클래식 감상은 마음의 안정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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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은 어렵고 듣다보면 졸렵다. 연주자가 다르다 그래도 어떤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 알기도 힘들다. 그렇게 클래식은 일부가 향유하는 음악이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이 책은 예술 강의 전문가이자 피아니스트, 음악가인 저자가 클래식 입문 수업을 가르쳐주며 그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음악가 별로 구분이 되어있고, 각 곡마다 QR코드가 있어서 내용에 맞는 곡들을 그때그때 찍어서 들을 수 있다. 듣다보면 “아아, 이 음악 들어봤어!”하는 순간이 몇 번이고 있어서 즐겁다. 무엇보다 음악가의 일생과 음악과 관련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이해할 수 있어서 책이 쑥쑥 잘 넘어간다.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서장>이다. 클래식이 뭔지, 어떻게 듣고 이해하면 좋은지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작가 분의 강의를 직접 들으면 클래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 넘게 피아노를 쳤지만 건반에서 손을 뗀 시간이 더 길어진 지금, 한때 배웠던 책들과 그 속의 음악가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특히 빨간색의 바흐Bach 교제 속 음악은 마치 물리학처럼 정형화된 박자와 음정의 연속 같았는데 이 책의 한 구절이 그 느낌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바흐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매일의 작은 성공을 모으며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성실하게 살아내라고요.” (p 56)

"바흐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매일의 작은 성공을 모으며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성실하게 살아내라고요."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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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 : Rituals for Finding Meaning in Our Unlikely World (Paperback) -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원서
Sasha Sagan / Penguin Publishing Group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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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책꽂이에서 내 지식의 장식용으로 존재했던 책 <코스모스>를 모임을 통해 읽기 시작하여 5월에 마무리를 하였다. 책의 두께만큼 작가의 깊고 넓은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내 죽기전에 다시 이 책을 넘길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강력한 우주적 필연처럼 그의 딸 사샤 세이건이 쓴 책을 리뷰하게 되었다.
작가는 금수저다. 금전적인건 모르겠지만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칼 세이건이고 앤 드루얀이다. 비록 아버지의 이른 죽음이 큰 충격을 줬다고 하지만 생전에 우주, 자연, 철학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등 함께 경험한 것이 작가의 삶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의 근간은 경험, 지식, 추억 등등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그리운 아버지, 든든한 어머니, 남편 존, 딸 헬레나 하야.. 1장 태어남부터 16장 죽음까지, 모든것은 가족으로 시작되어 가족으로 마무리되었다.
책 내용은 코스모스에서 느꼈던 통찰과 유사했다. 우주를 통해 삶과 죽음을 논하는, 글의 냄새가 마치 세이건 집안의 오래된 가구같다고 할까.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도 느낄 수 있었다. 결혼식 날 이른 새벽에 아버지 무덤에서 펑펑 울며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오니 편해졌다는 말이 슬픈듯 참 부러웠다. (전후세대 한국의 아버지들은 참 어려우므로..)
작가는 이 책이 부모님에게 바치는 찬사이자 러브레터라고 했다. 나는 참으로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며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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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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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의 여파로 통역 일이 싹 사라진 헛헛함을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박현주 작가의 책으로 풀어보았다. 

이 책은 "..나는 우리 인생에서 겪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저 가라앉아 흐르는 듯 보이는 저류의 삶에도 반드시 어떤 국면의 변화가 찾아온다. (p.242 에필로그 중)"라고 언급한 것 같이 실제 운전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운전과 연관된 주제를 시작으로 작가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적절한 책의 구절과 함께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구조는 평균대 위를 안정된 밸런스로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과 같았다. 몇몇 구절은 캐리 브래드쇼의 음성이 지원되는 느낌이랄까, 안정되고 편안한 톤의 글이었다. 최근 좀 큰 감정에 휩싸인 글들을 읽어서 안 그래도 작은 간이 더 쫄아드는 기분이었는데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며 뭇 문장들에 웃음이 터졌는데 백시트 드라이버(backseat driver)로서 남편 옆 조수석에 앉아 참을 인을 몇 번 그리고 있는 내 스스로의 모습이 떠올라서 였다. 그리고 "나보다 느리면 멍청이, 나보다 빠르면 미친놈"이라고 말하며 깜빡이 없이 마구 끼어드는 운전자를 향해 마구 소리를 지른다던가, 두서 없이 저장된 플레이리스트에 동승했던 친구가 치를 떨었던 거 하며, 내 일상을 다시금 떠올리는 글이었기에 참으로 편안했다. 읽으며 와 닿는 책은 전체적으로 읽고 싶어서 메모장에 하나하나 적어 놓았다. (큰일이다, 지금 갖고 있는 책들도 다 못 읽었는데...)


 에필로그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는 내가 위비곤 호수의 사람들처럼 내로남불의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 않은지 여러 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으로 마무리하는 책은 건강하다.

실패는 생각하는 존재에 머물러 있을 때 일어난다. 자신의 동작을 하나하나 의식하고, 그를 재연하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 실패하고 만다. 생각하는 존재에서도 과업을 이룰 수는 있지만, 결국 어느 순간 동료의 머리로 공을 던지는 실수를 저지르면, 아무리 해도 눈앞의 길에서 핸들을 틀 수가 없으면 원하는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 - P34

우리의 평생은 내 자리를 찾기 위한 순례와 같다. 돈, 명혜를 비롯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차와 집 같은 물리적 공간을 얻어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내가 있을 적절한 자리를 찾아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정, 호의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 이 자리에 당신이 있어도 된다는 환대를 뜻하는 모든 것들, 우리는 늘 그것을 찾아서 헤매고, 그를 얻지 못한다면 댈 자리 없는 주차장에서처럼 비참하고 괴롭다. 무엇보다 끝없이 빙글빙글 돌아야만 한다. - P76

충고에서 제일 중요한 해답은 결국 나 자신에게 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내게 충고를 해준 타인을 원망하지 않은 자신이 있는가? …충고는 타인의 판단이지만 그 판단을 따를지 말지는 나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그 판단을 따른 나와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결정이다. - P112

우리 모두가 생체 시계에 따라 살지는 않는다. 큰 시계를 따라가는 나만의 작은 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밤이 오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온화하게 가진 않는다. - P171

인생은 무언가를 얻고 좋아하고 식어버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애착이 없는 인간은 없다. 대상이 꼭 사람이나 생물이 아니라도, 물건 혹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개념일 뿐이라도, 거기에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가상의 상호작용을 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서서히, 혹은 갑자기 마음이 멀어지고 그러다 잊어버린다. 대체로 영원히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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